솔직히 저는 김선호를 이런 배우로 기억한 적이 없었습니다. 예능과 로맨틱 드라마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워낙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덮어씌워졌습니다. 갱단 창고에서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는 실실 웃으며 걸어 나오는 장면, 그 첫 장면 하나가 두 시간 내내 저를 좌석 등받이에서 떼어놓았습니다.영화 귀공자 킬러 캐릭터 — 이 남자가 웃는 게 왜 제일 무섭나영화에서 귀공자라고 불리는 킬러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인물 조형을 취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윤리적 제약을 무시하는 캐릭터죠. 문제는 이 인물이 그냥 냉혹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명품 신발이 더러워지면 뒤쫓던 표적도 잠시 멈추는 남자, ..
신카이 마코토 영화는 '예쁘기만 하고 내용은 얕다'는 말, 저도 반쯤은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나오면서 휴대폰 메모장에 첫 줄로 적은 건 풍경 묘사가 아니었습니다. "문 열지 마라 진짜." 이 영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무겁고 오래 남습니다.요석 하나 뽑았을 뿐인데 — 설정이 이미 다 됐습니다일반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작품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순정 멜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봐보니 스즈메의 문단속은 그 공식에서 꽤 벗어나 있습니다. 도입부부터 재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멜로는 그 뒤를 따라옵니다.주인공 스즈메는 폐허가 된 건물 터에서 이상한 문을 발견하고, 그 앞에 박혀 있던 요석(要石)을 별생각 없이 뽑아버립니다. 여기서 요석이란 일본 신화에서 대지진을..
솔직히 저는 중고거래가 이렇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로 체감한 적이 없었습니다. 영화 타겟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제 거래 내역을 다시 들여다봤는데,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신혜선·김성균 주연의 이 스릴러는 귀신도 재난도 아닌, 중고거래 앱 하나에서 시작되는 범죄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8월 31일 개봉 예정입니다.중고거래 사기, 제가 직접 걸려들 뻔했던 이유예고편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거 나도 당할 수 있었겠다"였습니다. 주인공 수연이 세탁기를 구매하는 과정을 보면, 수리비보다 20만원이나 저렴한 30만원짜리 매물을 발견하고, 거래 내역이 깔끔한 데다 매너 온도까지 높은 판매자를 골라 인증 사진까지 확인한 뒤에 구매합니다. 저도 전자레인지, 모니터, 캠핑 의자를 중고로 살..
결말을 이미 아는 영화가 과연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 실제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메모장에 기대 체크리스트 세 줄을 적어두고 들어갔는데, 두 시간 반이 지나고 나서야 그 질문이 얼마나 틀렸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완결편, 노량 죽음의 바다 이야기입니다.밤바다가 전쟁터가 되면 — 야간해전 연출의 힘명량과 한산이 한낮의 전투였다면, 노량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 속에서 싸웁니다. 제가 직접 스크린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건 낮 전투로는 절대 못 만들었을 긴장감이다"였습니다. 흙처럼 짙은 어둠 속에서 적의 등불을 찾아 포격 조준을 맞추는 장면, 그 한 컷이 이 영화가 앞선 두 편과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만들어졌음을 알려줍니다.야간해전(夜間..
관람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머릿속에서 재판이 열렸습니다. 피고인은 아바타: 물의 길, 죄목은 13년의 기다림에 대한 배신 혐의.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 앞에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아니면 이 영화가 실제로 그 기대를 밑돈 걸까요.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주얼은 완벽했고, 이야기는 실망스러웠습니다.비주얼: 훌륭함이 지나쳐 평범해 보이는 경지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솔직히 CG 퀄리티만큼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나비족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다 보면 "이거 CG였지?" 하고 스스로 상기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 인간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어색해서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구간 — 를 완전히 넘어서 그 반대편, 그러..
예고편보다 메이킹 인터뷰가 먼저 예매 버튼을 누르게 만든 경우가 있다는 걸, 저는 이번에 처음 실감했습니다. 픽사 신작 엘리멘탈 개봉(2023년 6월 14일)을 앞두고 애니메이터 이치현 님과 피터 손 감독의 인터뷰를 먼저 접했는데,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예고편 말고 인터뷰에 먼저 꽂혔습니다본편 트레일러보다 제작 비하인드에 먼저 반하는 건 저한테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이번 엘리멘탈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애니메이터 이치현 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건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확신이 섰으니까요.이치현 애니메이터는 픽사의 버즈 라이트이어 작업으로 알려진 분입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실사(Live-Action)에 가까운 극사실주의 렌더링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