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잡고 수감자 맞교환과 24시간 시한을 내건다는 초반 설정 하나로, 저는 예고편을 세 번 돌려봤습니다. 2007년 실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교섭이 2023년 1월 18일 개봉합니다. 황정민과 현빈의 첫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차오르면서, 동시에 신파로 흐를까 봐 걱정이 반씩 공존하는 작품입니다.초반 설정: 숨이 막히는 이유가 있습니다아프가니스탄 사막을 달리던 낡은 관광버스가 무장단체에 가로막히고, 도주하려던 기사는 목숨을 잃습니다. 버스 안 탑승객은 한국 시민. 이 한 줄의 상황만으로도 외교부가 비상사태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탈레반은 인질들을 라이브로 공개하며 조건을 내겁니다. 조건은 수감자 맞교환, 즉 인질 석방을 대가로 탈레반 죄수들의..
오후 6시 40분,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 들어서면서 저는 이미 기대와 걱정을 반반 갖고 있었습니다. 3편에서 아쉬웠던 타격감이 4편에서 돌아올지, 새로운 빌런이 강해상의 존재감을 넘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그 두 가지 걱정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대부분 해소됐습니다.백창기, 시리즈 최고의 몸을 가진 빌런영화는 2018년 필리핀에서 시작합니다. 다급하게 도망치는 남자를 빌런 백창기가 망설임 한 톨 없이 처리하는 장면인데, 저는 이 오프닝 2분 만에 이번 빌런의 결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뜨거운 사막의 전갈처럼 폭발적이고 충동적인 잔혹함을 가진 빌런이었다면, 백창기는 설산의 늑대에 가깝습니다. 차갑고 계산적이며, 움직임 자체에 군더더기가..
범죄도시 3는 개봉과 동시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편에 이어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썼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솔직히 나오면서 드는 감정이 단순히 "재밌었다"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원하긴 했는데, 뭔가 묽어진 느낌이 남았달까요. 그 감각을 짚어보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1,000만이 움직인 이유 — 흥행 배경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전편 모두 500만 이상을 기록한 거의 유일한 시리즈입니다. 1편이 680만, 2편이 1,269만, 그리고 3편이 1,000만을 넘긴 것은 수치만 놓고 보면 경이로운 일입니다. 개봉 전에 "이번엔 500만도 힘들 것"이라는 냉소가 적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흥행의 핵심은 결국 장르적 신뢰감입니다. 여기..
범죄도시 팬들 사이에는 끝나지 않는 떡밥이 하나 있습니다. 장첸이냐, 강해상이냐. 1편을 다시 본 김에 2편도 연달아 돌려보고, 저 나름의 판정을 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조직의 공포는 장첸이지만, 밤길에 마주치기 무서운 건 강해상입니다.강해상은 왜 장첸과 다른 방식으로 무서운가1편의 장첸은 조직을 이끄는 보스였습니다. 하얼빈에서 넘어와 독사파를 흡수하고 가리봉동을 장악하는, 세력의 공포였죠. 그런데 2편의 강해상은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조직이 없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인 관광객을 노리고 납치와 갈취를 반복하는, 철저히 개인 단위로 움직이는 포식자입니다.제가 이 캐릭터에게서 가장 서늘함을 느낀 건 목적과 수단이 뒤집혀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범죄 서사에서 폭력은 돈이라는 목..
청불 등급 영화가 68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수치, 지금 봐도 쉽게 납득이 안 됩니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청불 등급은 그 자체로 전체 관객의 30~40%를 차단하는 구조인데, 범죄도시 1편은 그 핸디캡을 정면으로 뚫었습니다. 최신편을 극장에서 보고 나온 날 밤, 저는 2017년 1편을 다시 틀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왜 시작될 수 있었는지, 몸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청불 등급으로 680만, 이 수치가 말하는 것범죄도시 1편은 2017년 10월 개봉해 최종 누적 관객 수 68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청불 등급, 즉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이 숫자를 달성한다는 것은 단순한 흥행이 아닙니다.여기서 청불 등급이란 만 18세 미만의 관객이 관람할 수 없는 영화등급 ..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파묘 후반부에서 오니가 등장하는 순간 "이 영화가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면서도, 보고 나온 사람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영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파묘는, 사실 한 편 안에 두 개의 영화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영화 중 어느 쪽 편인지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전반부와 후반부, 같은 영화 다른 장르파묘의 전반부는 정통 오컬트의 교과서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재벌가 장손들이 대를 이어 원인 모를 신경 질환에 시달리는 가운데 집안에 비극적인 일까지 이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처음 이 도입부를 봤을 때, 이건 보통 공포 영화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무당 화림이 "묘 바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