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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사 리뷰 (개봉연기, 전개속도, 필리핀로케)

Stv 2026. 9. 8. 12:02

목차


    명절 연휴의 극장에는 이상한 관대함이 흐릅니다. 가족들 손잡고 우르르 들어가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영화도 명절이니까 하며 표를 끊게 되죠. 국제수사는 정확히 그 관대함을 겨냥해 추석에 도착한 영화였습니다. 곽도원 주연의 필리핀 배경 코미디 수사극이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관대함의 한도를 시험한 영화였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만, 읽고 나면 아마 보실 마음이 줄어들 겁니다.



    국제수사 리뷰: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췄는데

    이 영화, 운은 좋았습니다. 개봉 전 각종 예능을 돌며 홍보란 홍보는 다 했고,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경쟁작이 드문 시기라는 행운까지 따랐죠.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모든 조건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대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겁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이야기의 출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의 순박한 형사가 둘도 없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이 묶이고, 인생 최악의 시기에 큰맘 먹고 필리핀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하필 그 사기꾼 친구가 필리핀에 있고, 하필 현지에서 만난 고향 후배를 통해 그 친구의 소식까지 듣게 되죠. 우연이 우연을 업고 가는 억지 설계지만, 코미디니까 이 정도 끼워 맞추기는 장르의 관습으로 봐줄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밑밥을 까는 도입부까지는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것. 그리고 그 '거기'가 영화의 초반 20분이라는 것입니다.

    홍보도, 개봉 시기도, 배우진도 갖춰졌던 영화. 무너진 건 단 하나, '재미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였습니다.

    혹평 이유: 단편 동화를 장편으로 둔갑시키면

    필리핀에 도착하면 본론이 시작되겠지, 하고 기다렸습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 싶으면 엉뚱한 이야기로 빠지고, 이것만 지나가면 궤도에 오르겠지 했더니 또 삼천포로 새고, 굳이 없어도 될 새 캐릭터까지 끌어들여 곁가지가 곁가지를 무는 동안, 저는 극장 의자에서 진지하게 이불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려 편집했다고 말했다는데, 완성본을 보면 그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전개가 느립니다. 본론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러닝타임을 갉아먹는, 인내심 시험 같은 두 시간이었어요. 원본 리뷰어의 표현이 잔인할 만큼 정확합니다. 단편 동화 하나를 마땅한 도안도 없이 장편영화로 둔갑시킨 것 같다고. 이야기의 뼈대는 30분짜리인데 살은 두 시간어치를 붙였으니, 어디를 눌러도 물렁한 겁니다.

    코미디 영화의 죄와 벌을 따져봅니다. 코미디는 웃기기만 해도 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웃기는 데 실패한 상태에서, 개연성도 설득력도 갖추지 못한 감동과 교훈까지 어설프게 얹으려 듭니다. 한국에서 온 형사와 현지의 인연을 엮어 뭉클함을 뽑아내려는 후반부는, 웃음으로 데워지지 않은 극장에 눈물 버튼만 눌러대는 격이라 오히려 울화가 치밉니다. 웃기지도 못했으면서 왜 자꾸 다른 걸 쑤셔 넣으려 하는가 — 원본 리뷰어의 분노에 저는 도장을 보탭니다.

    비교급으로 체감을 드리자면, 얼마 전 이 블로그에서 오케이 마담을 무난한 가족 오락으로 리뷰했는데, 원본 리뷰어는 자신에게 재미없었던 그 오케이 마담이 국제수사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그 문장 하나면 이 영화의 좌표는 충분히 찍힌 셈입니다.


    볼만한가: 그래도 남는 두 가지

    공정하게, 칭찬할 것 두 가지는 적어둡니다. 하나는 배우들입니다. 곽도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이 엉성한 판에서도 제 몫을 합니다. 남산의 부장들과 강철비2에서 확인한 그 기량이 어디 가지는 않죠. 다만 좋은 배우들에게 뛸 운동장을 만들어주지 못했을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외의 지점인데, 영화가 필리핀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아름다운 관광지 홍보 영상처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여행지의 화사한 얼굴 대신 시사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어두운 단면 — 범죄 도피처라는 오명, 치안 불안과 부패의 묘사 — 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현지 로케이션까지 가서 이런 그림을 담아낸 배짱만큼은 신기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것은 영화가 극적 긴장을 위해 선택한 묘사이지 그 나라의 전부가 아니라는 건 구분해서 볼 일입니다. 테이큰의 파리가 파리의 전부가 아니듯이요.

    점수는 3점. 명절 코미디는 평타만 쳐도 관객들이 관대하게 받아주는 장르인데 그 평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개봉 연기의 우여곡절과 텅 빈 경쟁 구도라는 운까지 받고도 이 결과라면, 문제는 시기가 아니라 완성도였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물어본다면

    Q. 국제수사는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요?

    A.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이 묶인 시골 형사가 필리핀 여행길에서 하필 그 친구의 행방과 얽히고, 현지의 사건에 휘말리는 코미디 수사극입니다. 이 글에는 도입부까지만 담았고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그럼에도 보실 분이라면 전개가 매우 느긋하다는 것만 각오하고 입장하시면 됩니다.


    Q. 그래도 볼 만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A.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얼굴만으로 두 시간이 괜찮은 팬이라면, 그리고 배경으로 흐르는 필리핀 로케이션 풍경에 의미를 두는 분이라면 틀어둘 수는 있습니다. 다만 코미디의 웃음이나 수사극의 긴장을 기대한다면, 같은 명절용 코미디 중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많다는 게 솔직한 답변입니다.


    연휴의 관대함에 대하여

    명절의 극장은 일 년 중 관객이 가장 너그러워지는 곳입니다. 웬만하면 웃어주고, 웬만하면 뭉클해주고, 표값이 아까워도 가족과 함께였으니 됐다고 넘어가 주죠. 국제수사는 그 너그러움을 시험하다 한도를 넘겨버린 영화로 기억될 겁니다.

    그래서 다음 연휴의 극장 앞에서는 이렇게 정리하려 합니다. 명절이니까 봐주는 영화 말고, 명절이라서 더 좋은 영화를 고르자고. 관대함은 아껴뒀다가, 그럴 자격이 있는 영화에 쓰는 걸로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RRM4ZW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