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김선호를 이런 배우로 기억한 적이 없었습니다. 예능과 로맨틱 드라마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워낙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덮어씌워졌습니다. 갱단 창고에서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는 실실 웃으며 걸어 나오는 장면, 그 첫 장면 하나가 두 시간 내내 저를 좌석 등받이에서 떼어놓았습니다.영화 귀공자 킬러 캐릭터 — 이 남자가 웃는 게 왜 제일 무섭나영화에서 귀공자라고 불리는 킬러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인물 조형을 취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윤리적 제약을 무시하는 캐릭터죠. 문제는 이 인물이 그냥 냉혹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명품 신발이 더러워지면 뒤쫓던 표적도 잠시 멈추는 남자, ..
관람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머릿속에서 재판이 열렸습니다. 피고인은 아바타: 물의 길, 죄목은 13년의 기다림에 대한 배신 혐의.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 앞에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아니면 이 영화가 실제로 그 기대를 밑돈 걸까요.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주얼은 완벽했고, 이야기는 실망스러웠습니다.비주얼: 훌륭함이 지나쳐 평범해 보이는 경지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솔직히 CG 퀄리티만큼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나비족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다 보면 "이거 CG였지?" 하고 스스로 상기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 인간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어색해서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구간 — 를 완전히 넘어서 그 반대편, 그러..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말에 기대치를 꽤 높게 잡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장부를 정산해 보니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점 항목이 더 많은데, 결론은 자꾸 비추천 쪽으로 기울더군요. 베테랑2가 정확히 그런 영화였습니다.오프닝은 훌륭한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혹시 속편 영화를 볼 때 전편을 복습하고 가시는 편인가요? 저는 베테랑 1편 리뷰를 쓴 직후라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2편을 봤는데, 그 덕분에 확실히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오프닝부터 1편과 판박이 구조를 취합니다. 서도철 팀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방식, 그리고 1편의 명대사였던 "형님 밥 먹으러 갑시다"를 오프닝 마지막 장면에 그대로 받아치는 연출은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
여장 코미디가 재밌을 수 있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스타 기장 한정우의 나락 전개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깔리느냐에 따라, 여장이라는 무리수가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절박함이 먼저였습니다 — 웃음 이전에 깔리는 나락의 맥락여장 코미디를 볼 때 제가 항상 먼저 보는 건 "이 캐릭터가 왜 여자 옷을 입어야만 하는가"입니다. 그 납득이 안 되면 웃음이 아니라 불쾌함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은 초반 설계가 꽤 영리했습니다.한정우는 방송까지 진출한 스타 파일럿입니다. 기장(機長), 즉 항공기 전체의 운항 책임을 지는 최고 직책까지 오른 인물이죠. 그런 그가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녹음·유출되면서 하루아..
탑건 매버릭은 속편이 전편의 흥행을 넘은 드문 사례 중 하나로, 전 세계 누적 수익 약 1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주말에 1편과 매버릭을 연달아 틀었는데, 솔직히 이 순서가 맞았다는 걸 두 번째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배경과 구조 — 8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탑건 1편은 1986년에 개봉한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8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지금 보면 연출이 촌스럽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보니 그 말이 반만 맞았습니다. 배구 장면이나 바에서의 세레나데 시퀀스는 솔직히 지금 기준으로는 오글거립니다. 그 부분에서는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그런데 구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부터 영화의 온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부조종사(RIO, Radar Intercep..
주말 저녁에 뭘 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가 예상 밖으로 소리 내 웃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한테 히트맨이 딱 그랬습니다. 국정원 최정예 암살 요원이 죽음을 위장하고 잠적한 뒤 만년 악플 시달리는 비인기 웹툰 작가로 살아간다는 설정, 그리고 생활비를 아내에게 의존하는 가장이 술김에 자신의 극비 과거를 통째로 연재해버린다는 이 황당한 전제가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개연성은 포기하고 웃음만 챙겼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코미디 설정의 완성도 — 황당함을 밀어붙이는 힘첩보 액션 영화를 볼 때 저는 항상 서스펜스(suspense), 즉 다음 장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긴장감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여기서 서스펜스란 단순히 무서운 게 아니라, 관객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