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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캐릭터 과부하, 연출 미스매치, 혹평 이유)

이터널스를 보고 나온 날, 저는 극장이 아니라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리뷰도 도슨트 — 미술관에서 작품을 해설하며 관람을 안내하는 사람 — 의 투어처럼 쓰려 합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를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 범지구적 캐스팅, 우주의 시작까지 확장한 세계관. 재료만 보면 걸작이 나와야 했던 이 영화가 왜 마블 최저 평점권의 혹평을 받았는지, 전시실을 하나씩 돌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터널스 리뷰: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 든 이유전시 1관은 풍경화의 방입니다. 이 영화의 화면들은 상당수가 매직아워(magic hour) — 해가 뜨거나 지기 직전,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광이 도는 짧은 시간대 — 에 촬영되었습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카테고리 없음 2026. 8. 6. 10:56
킹메이커 리뷰 (빛의 연출, 역사 고증, 킹메이커의 역설)

친애하는 영화 팬 여러분, 저는 오늘 영화 킹메이커에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호소하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존경받지만 승리가 없던 정치인과, 그에게 승리를 안기겠다며 그림자에서 나타난 선거 전략가. 설경구와 이선균이 빛과 그림자로 갈라선 이 정치 드라마에 대해, 공약 제시와 후보 검증을 거쳐 정직하게 유세하겠습니다.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킹메이커 영화 리뷰: 독초를 약으로 쓰기로 한 정치인의 이야기킹메이커(kingmaker)란 자신이 왕이 되는 대신 왕을 만들어내는 사람, 현대 정치로 옮기면 후보를 당선시키는 막후의 전략가를 뜻합니다. 영화는 그림자 속의 남자 서창대(이선균)가 빛나는 사람 김운범(설경구)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존경받는 정치인의 모든 것을 갖췄지만 정작 승리가 없었던..

카테고리 없음 2026. 8. 3. 17:45
헤어질 결심 리뷰 (안개, 미결, 통역)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저는 이 영화엔 자막이 아니라 통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래가 통역 앱에 중국어를 쏟아내면 건조한 성우 목소리가 대신 전해주듯, 이 영화가 건네는 알 듯 모를 듯한 순간들도 누군가 옮겨줘야 온전히 닿는 영화니까요. 제75회 칸영화제가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으로 답한 이 작품을, 제 나름의 통역 노트로 풀어보겠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헤어질 결심 해석: 자막이 아니라 통역이 필요한 영화통역 노트의 첫 장은 초반의 취조실 장면입니다.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들으러 온 서래(탕웨이)에게 형사 해준(박해일)이 묻습니다. 현장 상황을 "말씀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사진으로 보여드릴까요." 서래가 처음 "말씀"이라 답하자 해준의 얼굴에 옅은 실망이 스치고, 그..

카테고리 없음 2026. 8. 3. 11:57
올빼미 영화 리뷰 (소재, 각본, 유해진)

시사회 표가 생겨서 큰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개봉일을 달력에 적고 있었습니다. 밝은 곳에서는 보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조금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하필 왕세자의 마지막 밤을 목격해버린다는 설정. 영화 올빼미는 이 한 줄의 아이러니로 사극 스릴러의 새 문을 열었습니다. 각본을 100번 수정했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습니다.올빼미 시사회 후기: 소리로 세계를 읽는 오프닝부터 다르다오프닝부터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어의 이형익이 궁에 들일 침술사를 선발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장면인데, 수많은 지원자가 낙방하는 가운데 맹인 경수(류준열)가 소리만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다리를 절고 있었고, 숨소리 간격이 짧고 불규칙한 것이 성격이 조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해 풍을 부른 듯하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16:31
비상선언 리뷰 (이륙, 추락, 과잉)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이름만 들어도 영화가 몇 편은 나올 것 같은 라인업에 제작비 300억 원, 그리고 관상과 더 킹의 한재림 감독. 기대하지 않는 게 이상한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관람을 마치고 사고 조사관의 심정이 됐습니다. 이 기체는 분명 훌륭하게 이륙했는데, 어디선가 고도를 잃고 추락했습니다. 블랙박스를 판독하듯 구간별로 기록해 보겠습니다.영화 비상선언 리뷰: 이륙부터 순항까지, 전반부만큼은 진짜였다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이 영화의 중반까지는 할리우드의 어떤 재난 영화에도 밀리지 않는 재미와 박진감,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인물들이 소개되고 기내 상황이 배치되는 방식, 그리고 빛의 활용까지. 저는 전반부를 감탄하면서 봤습니다.임시완이 연..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14:30
야차 리뷰 (겉도는 주인공, 폼 액션, 각본 결함)

극장 티켓값이 14,000원까지 오른 시대, 개봉일을 못 잡은 한국 영화들이 넷플릭스 앞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설경구와 박해수의 만남, 첩보 누아르라는 장르. 이 조합에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 그런데 저는 야차를 다 보고 나서 오락실 두더지 게임기 앞에 선 기분이 됐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부 스파이를 찾는 동안, 저는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문제점 두더지를 잡느라 바빴거든요.야차 리뷰: 인트로만큼은 진짜였다공정하게 좋았던 것부터 적겠습니다. 인트로는 진짜 괜찮았습니다.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 배신자를 무대포로 추격하는 야차 지강인(설경구), 그리고 실제 총기를 사용해 촬영했다는 말이 납득될 만큼 묵직하게 다가오는 총성. 배신자를 끝까지 쫓아가 그 자리에서 처리하는 오프닝 시퀀스 하나로..

카테고리 없음 2026. 8. 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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