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우리 집에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각자의 증명사진은 서랍마다 있는데 넷이 같이 찍은 것은 빛바랜 돌잔치 액자가 마지막 — 그래서 어느 명절에 어색함을 무릅쓰고 사진관엘 갔죠.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다가 그 사진관의 공기가 떠오른 장면이 있습니다.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한지민이 만든 이 가족 영화의 심장이 바로 그 장면에 있거든요. 어머니의 비밀이 드러나는 지점까지만 다루고 결말은 접어둔 리뷰이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그것만이 내 세상 리뷰: 17년 만의 재회, 처음 만난 동생주인공 조하(이병헌)의 현재부터. 한때 WBC 웰터급 챔피언까지 지냈던 그는 이제 만화방에 더부살이하며 스파링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신세입니다. 그마..
어릴 적 어느 날, 엄마가 장롱 깊은 곳에서 제 돌반지를 꺼냈습니다. 나라가 어려워서 금을 모은다고 했죠. 뜻도 모르면서 괜히 목이 메던 그 풍경 — 훗날 그것이 350만 명이 참여한 금 모으기 운동이었음을 배웠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그 돌반지가 장롱에서 나와야 했던 이유에 관한 영화입니다.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이 1997년의 일주일을 세 갈래로 나눠 짊어지는 이야기 — 실제 역사의 아픔이 바탕인 만큼 담담하게 쓰려 합니다.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참고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국가부도의 날 리뷰: 국가부도까지 일주일시작은 환호입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 OECD 가입 — 선진국의 문턱에 섰다는 뉴스가 울려 퍼지던 시절(실제 당시 뉴스 화면들이 그대로 쓰였습니다)...
다이어트 3주 차의 밤 11시, 배달 앱을 켠 손가락 위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 적이 있습니다. 먹어, 치킨은 살 안 쪄 — 참아, 3주가 아깝지 않냐. 결국 반반 무 많이로 협상이 타결되던 그 밤 깨달았죠. 내 안에도 베놈이 산다는 걸. 영화 베놈은 그 내적 사투를 외계 생명체와의 동거로 바꿔놓은 이야기입니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사사건건 참견하는데, 가끔은 이상하게 든든한 또 하나의 나 — 톰 하디의 이 안티히어로 영화를 결말과 쿠키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베놈 리뷰: 루저에게 찾아온 외계인이야기는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를 싣고 돌아오던 라이프사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 시작됩니다. 수거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라지는데, 이 녀석은 사람..
누구에게나 전송 버튼을 누른 직후 심장이 내려앉은 기억이 하나쯤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친구 험담을 하필 그 친구에게 보낸 밤이었죠 — 전송 취소가 가능한 5초가 그렇게 길고 짧을 수가 없었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그 5초의 공포를 두 시간으로 늘인 영화입니다. 극 중 대사처럼, 휴대폰은 인생의 블랙박스니까요.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이서진이 뭉쳐 529만 관객의 마음을 잠금 해제한 이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감독 코멘터리 기반으로 총정리합니다. 결말과 반전까지 담았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완벽한 타인 리뷰: 1,500만 원짜리 첫 장면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저녁 식사에 모인 오랜 친구들이 그날 밤 수신되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
학창 시절, 친구의 수학 숙제를 베끼다 들킨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치명적이었죠. 답이 틀려서가 아니라 풀이 과정이 토씨 하나까지 같아서 걸린 거란다 — 베낄 거면 좀 바꿔서 베끼지. 조인성, 남주혁 주연의 안시성 리뷰를 쓰며 그 교무실의 공기가 떠올랐습니다. 544만 관객을 모은 이 사극을 향한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 영화를 추석 오락물로 유쾌하게 즐긴 감상은 정당합니다. 이 글은 그와 별개로 완성도를 따지는 비평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 역사적 결말이라 스포일러 걱정은 없습니다.안시성 리뷰: 칭찬은 선택과 집중, 그게 전부안시성은 88일간 당 태종의 20만 대군을 막아낸 고구려 안시성 전투의 실화를 그린 사극입니다. 원본 리뷰어의 너..
공룡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브라키오사우루스 한 마리 때문에.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어린 시절 공룡 백과의 화산 페이지를 통째로 실사화한 전반부와, 지하실 공포물로 쪼그라드는 후반부 사이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는 문제작입니다. 25년 치 애정을 가진 찐팬도 이 영화만큼은 완전한 편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말 내용이 포함된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리뷰: 화산이 터지는 순간, 꿈의 장면이 완성됐습니다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쥬라기 월드 시리즈 2편의 연출은 콜린 트레보로우가 아닌 J.A. 바요나가 맡았습니다. 원래 1편 감독인 트레보로우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9의 연출직으로 옮겨가면서 생긴 공백이었습니다. 바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