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의 극장에는 이상한 관대함이 흐릅니다. 가족들 손잡고 우르르 들어가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영화도 명절이니까 하며 표를 끊게 되죠. 국제수사는 정확히 그 관대함을 겨냥해 추석에 도착한 영화였습니다. 곽도원 주연의 필리핀 배경 코미디 수사극이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관대함의 한도를 시험한 영화였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만, 읽고 나면 아마 보실 마음이 줄어들 겁니다.국제수사 리뷰: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췄는데이 영화, 운은 좋았습니다. 개봉 전 각종 예능을 돌며 홍보란 홍보는 다 했고,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경쟁작이 드문 시기라는 행운까지 따랐죠.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모든 ..
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
열여덟 무렵, 학원을 빼먹고 터미널 전광판을 한참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주머니엔 만 원 남짓.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을 것 같던 그 기분을, 영화 시동의 택일이 매표소에 던지는 한마디가 정확히 소환하더군요.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데가 어디예요.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의 웹툰 원작 코미디이고, 결말과 거석이형의 정체는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시동 영화 리뷰: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곳영화는 사고뭉치 이인방의 질주로 문을 엽니다. 오토바이 하나에 몸을 실은 열여덟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 폭주족에게 시비가 붙어 쫓아가다 돌아온 건 사고 하나와, 학원비로 오토바이를 샀다는 사실이 들통난 뒤 날아..
저는 응모권만 보면 일단 쓰고 보는 사람입니다. 마트 영수증 뒷면, 아파트 알뜰장 경품함, 통신사 룰렛까지. 전적을 고백하자면 최고 당첨이 주방세제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하와이 가족여행쯤 되는 당첨은 늘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케이 마담은 그 꿈의 당첨이 재앙으로 바뀌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비행기가 뜨자마자요.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의 하이재킹 코미디 액션이고, 이 글은 결말 줄거리를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오케이 마담 리뷰: 공짜 업그레이드의 값주인공 미영(엄정화)은 시장에서 꽈배기 가게를 하는 사장님입니다. 만들자마자 팔리는 손맛에, 억척스럽게 가족을 건사하는 생활의 달인. 남편 석환(이상윤)은 옆에서 전파사를 하는 순둥이인데 이 남자의 유일..
어릴 때 우리 집 안방에는 자개 장롱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그 문이 밤에 조금이라도 벌어져 있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틈을 안 보려고 애를 썼죠. 닫아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 앞까지 가는 게 무서웠던 밤들. 클로젯은 정확히 그 유년의 공포를 겨냥한 영화입니다. 하정우와 김남길이 옷장 너머의 어둠과 마주하는 오컬트이고, 이 글은 결말과 원혼의 정체까지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클로젯 리뷰: 닫아도 다시 열리는 문이야기는 한 부녀의 이사로 시작합니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하정우)은 어린 딸 이나를 데리고 외딴 새집으로 들어옵니다. 아내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 일 때문에 늘 바빴던 아빠, 그리고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딸. 유일한 혈육인..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담보를 보다가 울었습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살짝 억울해졌어요. 운 게 억울한 영화가 있습니다. 내 눈물이 이야기의 힘 때문이 아니라 잘 설계된 버튼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만든 JK필름의 최신 신파 담보는 그 버튼 공학이 아주 잘 보이는 교본 같은 영화입니다.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담보 영화 리뷰: 하루짜리 담보가 가족이 되기까지이야기는 1993년 인천에서 시작합니다. 사채 추심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다니는 밑바닥 인생. 갚을 능력이 없는 조선족 엄마에게서 돈 대신 아홉 살 딸 승이를 하루짜리 담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