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저는 금요일 밤마다 케이블 앞을 지켰습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범죄자들을 풀어 더 나쁜 범죄자들을 잡는다는 간명한 설정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액션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한 물건이었죠. 그 애정으로 5년 만의 영화판을 추석 극장에서 봤고, 이 글은 그 배신감의 기록입니다.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이 나오는 결말 포함 혹평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이 블로그 최저점 타이인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나쁜 녀석들 더 무비 리뷰: 멀더 없는 X파일공정하게 원작 이야기부터. 드라마 나쁜 녀석들도 완전무결하진 않았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해외 작품에서 가져온 티가 났고, 캐릭터 역할 분담이 무너져 후반으로 갈수록 지능 담당은 병풍이 되고 반장님은 인상..
학창 시절 국사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외웠습니다. 봉오동 전투는 홍범도, 청산리 대첩은 김좌진. 시험지에 적을 두 줄이 전부였던 그 역사가 사실은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실감했죠. 그래서 시작 전에 분명히 해둡니다. 이 글은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이 출연한 영화 봉오동 전투에 대한 리뷰이지, 1920년 6월 우리 독립군이 거둔 첫 대승이라는 역사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그 역사는 후손으로서 고개 숙일 일이고, 아쉬운 것은 오직 그 역사를 담은 그릇으로서의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봉오동 전투 영화 리뷰: 울컥했던 기획, 흔들린 기본기기대는 컸습니다. 원신연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
조커를 본 날의 상영관을 기억합니다.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고, 불이 켜진 뒤에야 사람들은 말없이 외투를 챙겼죠. 훌륭한 영화를 봤을 때의 흥분이 아니라, 훌륭한데 함부로 좋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영화를 봤을 때의 침묵. 그래서 이 글은 선언 하나로 시작합니다. 영화 조커를 칭찬하는 것은 극 중 인물 조커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며, 폭력을 장려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 선을 긋고서야 할 수 있는 해석과 논란 정리를 담은 강스포 리뷰이고, 제 점수는 이 블로그 최고점인 10점 만점에 8.5점입니다.조커 해석: 웃는 얼굴 위의 진짜 눈물로미오와 줄리엣을 사랑한다는 것이 만난 지 며칠 된 미성년자들의 위험한 선택을 권장한다는 뜻이 아니듯, 작품에 대한 애정과 행위에 대한 판단은 ..
2019년 봄, 캡틴 마블은 제게 숙제였습니다. 한 달 뒤 엔드게임이 개봉하는데 새 히어로가 열쇠라니, 예습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앉았죠. 그리고 나오면서 든 감정이 묘했습니다. 티켓값이 아깝진 않은데 뭔가를 봤다는 느낌도 없는 것. 소개팅에서 애프터 생각은 없는데 주선자에게는 착하고 괜찮은 분이더라 말할 때의 그 '괜찮다' — 이 영화의 좌표가 정확히 거기입니다. 결말까지 담은 스포일러 리뷰이니 참고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캡틴 마블 리뷰: 세 개의 왕관, 빈손의 대관식시작 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 리뷰의 비판은 영화의 메시지를 겨냥하지 않습니다. 원본 리뷰어부터가 소수자를 주목하는 영화들에 오히려 후한 점수를 주는 팬임을 밝히고 시작하고, 저도 같은 자리에 섭니다. 문제..
엔드게임 리뷰를 쓰고 나서 며칠간 마블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11년짜리 이야기의 커튼콜을 보고 난 허전함. 그 허전함을 달래려 페이즈3의 진짜 마지막 작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죠. 이 발랄한 유럽 여행기가 얼마나 촘촘한 복선과 오마주로 지어진 집인지. 이 글은 그 숨은그림들의 정리이고, 결말과 쿠키 내용까지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영화에 대한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비하인드: 페이즈3의 진짜 마지막감독의 목표부터가 균형이었답니다. 엔드게임 직후의 세계를 다루는 만큼 감성적이되, 전작 홈커밍이 세운 스파이더맨 특유의 발랄한 톤을 잃지 않을 것(출처: IMDb — Spider-Man: Far From Ho..
제게도 아무짝에 쓸모없다고 놀림받던 특기가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매듭법. 인생에서 그게 빛난 순간은 이삿날 트럭 짐을 묶을 때 단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의 뿌듯함을 아직 기억합니다. 엑시트는 그 뿌듯함을 도시 전체 스케일로 키운 영화입니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유독가스에 잠긴 도심을 맨몸으로 탈출하는 재난 코미디이고,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엑시트 영화 리뷰: 쓸모없던 특기의 반격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 공원 철봉에 매달려 있는 남자, 용남(조정석).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그 경력은 이력서 어느 칸에도 못 들어가고, 취업은 번번이 낙방, 동네 꼬마들에게는 유명인사요 조카에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