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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초반 매력, 후반 버그, 정가영)

Stv 2026. 8. 11. 12:30

목차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고 나서, 저는 극 중 만남 앱 '오작교미'의 사용자가 된 기분으로 앱 스토어 리뷰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별점은 다섯 개 중 세 개, 한 줄 요약은 "초반 매칭은 완벽, 마지막 업데이트가 아쉬움". 성과 연애를 정면으로 다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며, 이 글에는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두 가지 모두 참고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별점 3개짜리 앱 사용기

    설치 배경부터 적습니다. 정가영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담론을 이토록 솔직하고 재미있게 던지는 데에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밤치기와 비치 온 더 비치로 '리틀 홍상수'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저는 그 별명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술자리 대화극이라는 분위기는 닮았을지언정 담론의 방향이 전혀 다르고, 훨씬 재기발랄하고 발칙하니까요. 그 감독이 과도기적 작품 하트를 거쳐 상업영화 무대에 내놓은 앱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첫 실행의 감동, 그러니까 초반 한 시간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스물아홉 자영(전종서)이 자신의 욕망과 연애관을 거침없이 고백하는 오프닝 — "사랑이라는 고난이도 감정노동 서비스는 이제 안 하겠다"는 선언 — 부터 이 캐릭터에게 반하게 됩니다. 한편 문예창작과를 나와 소설가의 길을 접은 우리(손석구)는 잡지사에서 편집장의 지시로 성인 칼럼을 떠맡게 되고, 칼럼 소재가 필요한 우리와 외로움과 호기심의 자영이 만남 앱 '오작교미'에서 매칭되면서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처음 앱으로 만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의 그 미묘한 탐색전, 서로를 살피며 다가설 타이밍만 재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그리고 대사와 대사가 섞이는 순간의 감칠맛. 일상의 비속어를 양념처럼 섞은 살아있는 언어야말로 정가영표 대사의 특허인데, 이 장점은 상업영화의 매끈한 무대 위에서 오히려 더 빛납니다. 만남 앱이라는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내내 귀여운 톤을 유지하는 것도 재주입니다. 자영의 핑클 기상 알람,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 평양냉면 같은 깨알 디테일이 인물의 심리와 개성을 부지런히 채워주거든요. 발칙한 도발처럼 보이는 겉면 안에 연애와 사랑, 결혼과 청춘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담겨 있다는 것, 그게 이 앱의 진짜 스펙입니다.

    요약: 정가영표 대사의 감칠맛과 귀여운 톤이 만난 초반 한 시간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발칙한 겉면 아래 진지한 물음이 있는 앱입니다.

    전종서 손석구 케미: 이 앱의 두 프로필이 매력적인 이유

    로맨스 영화의 성패는 결국 두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두 사용자 프로필은 둘 다 매력 만점입니다. 케미(케미스트리) — 배우들 사이에서 화학 반응처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호흡 —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조합인데, 전종서와 손석구의 합은 찰떡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특히 전종서는 도발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자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오지선다 문제로 만들어 들이미는 장면 같은 깨알 개그부터, 강한 척 내뱉는 말 뒤의 외로움까지, 이 배우의 스펙트럼이 캐릭터의 설득력을 만듭니다. 손석구의 우리는 어딘가 미덥지 못한데 미워할 수 없는 얼굴로 그 옆을 채우고요.

    두 사람이 소주를 쌓아가며 나누는 대화 장면들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연애가 이별의 극복, 상처의 회복, 직장 생활 같은 여러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면, 이 영화는 연애 그 자체에 훨씬 더 솔직하게 집중합니다. 술자리에서 자영이 던지는 말 — 다들 솔직하지 못하니 우리라도 서로 솔직해지자, 사실은 다들 외롭지 않냐 — 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합니다. 거절당하는 게 무섭고 어떻게 보일지 걱정되어 누구도 쉽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시대에, 솔직함으로 서로에게 닿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 거죠.

    디테일이 그리는 청춘의 현실도 이 앱의 숨은 기능입니다. 자영은 9천만 원의 빚을 안고도 팟캐스트 진행자에 도전하고, 잡지사에서 잘린 우리는 서른셋의 나이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밀려나 책을 읽는다고 한 소리를 듣습니다. 빚을 지고 사는 청춘에게 연애가 얼마나 고난도의 사치인지, 영화는 웃음 사이사이에 그 냉혹함을 심어둡니다. 그래서 이 로맨스는 가볍게 반짝이면서도 어딘가 짠합니다.

    • 전종서 — 도발과 외로움을 오가는 자영을 완성한 이 영화의 발견
    • 손석구 — 미덥지 못한데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얼굴
    • 가장 보통의 연애와의 차이: 연애 그 자체에 대한 솔직함과 집중
    • 9천만 원의 빚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 웃음 사이에 심어둔 청춘의 현실
    요약: 전종서와 손석구의 찰떡 케미가 이 로맨스의 심장이며, 솔직함이라는 메시지와 청춘의 현실감이 그 케미에 무게를 더합니다.

    결말 아쉬운 이유: 마지막 업데이트의 버그 리포트

    별 두 개가 깎인 이유, 후반부의 버그 리포트입니다. 여기서부터 결말 스포일러입니다. 서사를 끌고 가려면 갈등이 필요한데, 이 영화가 심어둔 폭탄들의 설계가 나이브합니다. 우리와 선배 사이의 갈등은 미약하고, 자영이 전 남친의 결혼식에 가는 사건은 작위적이며, 그 결혼식에서 우리가 방명록을 들고 뛰는 설정은 극단적입니다.

    진짜 폭탄인 칼럼이 터지는 순간 자체는 좋았습니다. 우리가 자영과의 관계를 허락 없이 칼럼으로 써왔다는 사실, 자영에게 건넸던 말들이 사실 칼럼에 이미 적혀 있던 문장들이었다는 배신. 그 충격을 스크롤을 내리는 자영의 떨리는 손가락 하나로 보여주는 연출은 정확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갈등에서 중요한 것은 자영이 받은 상처와 우리가 품은 감정이라는 마음의 문제였는데, 영화는 공개 폭로와 퇴사라는 사건 처리로만 1차원적으로 흘러가며 애매한 태도를 취합니다. 냉정히 따지면 신상 노출 없이 각색된 칼럼이라 법적 문제 삼기는 어렵고, 오히려 실명 칼럼니스트인 우리가 폭로 이후 신상이 털리며 입었을 타격도 상당했을 텐데, 영화는 그쪽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봉합 과정도 정가영답지 않게 진부합니다. 그토록 똑똑하던 자영이 우리가 왜 방명록을 들고 뛰었는지를 오래도록 궁금해하는데 — 그 물음을 붙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련이 남았다는 뜻이죠 — 결국 방명록 마지막 장에 적힌 글을 확인하는 식상한 장면으로, 그리고 우연한 재회와 2000년대 초반 웹툰처럼 순진한 마무리로 이어집니다. 화려했던 초반의 담론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연애담으로 착지하는 이 단순한 구조,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야기들에서 편집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앱에 호의적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정말 재미있는 로맨스였고, 초반의 담론과 배우들의 매력은 그 자체로 값을 합니다. 제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 결말만 보충 업데이트됐어도 수작의 반열에 올랐을 작품이고, 팬데믹 시기의 로맨스 장르임을 감안하면 60만 관객 동원도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리뷰 말미에 이스터에그 제보도 남깁니다. 극 중 벽에 붙은 밤치기 포스터와 뮤지컬 비치 온 더 비치 티켓, 감독의 전작 팬이라면 반가운 인사입니다.

    요약: 갈등의 설계와 봉합이 초반의 화려한 담론을 받쳐주지 못한 것이 유일하지만 치명적인 버그 — 그럼에도 호의적인 별 셋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요?

    A. 성과 연애를 정면으로 다루는 솔직한 대사와 표현 수위 때문입니다. 자극을 위한 자극이라기보다 인물들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언어에 가깝지만, 등급이 등급인 만큼 가족 관람용은 아니며 연인이나 친구와 보기 적합한 영화입니다.


    Q. 정가영 감독이 어떤 감독인가요?

    A. 밤치기, 비치 온 더 비치 등 독립영화에서 사랑과 성에 대한 담론을 솔직한 대화극으로 풀어온 감독입니다. '리틀 홍상수'로 불리기도 했지만 담론의 방향은 전혀 달라, 훨씬 발칙하고 재기발랄한 화법이 특징입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이자 최고 흥행작입니다.


    Q. 가장 보통의 연애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A. 소주 냄새 나는 어른들의 현실 연애담이라는 결은 닮았습니다. 차이는 집중도입니다. 가장 보통의 연애가 이별 극복과 직장 생활 등 여러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면,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와 사랑 그 자체에 더 솔직하게 파고듭니다. 두 편을 묶어 보면 좋은 짝입니다.


    Q. 방명록의 의미가 뭔가요? (스포일러)

    A. 우리가 자영의 전 남친 결혼식에서 방명록을 들고 뛴 이유는 마지막 장에 자신이 남긴 글 때문이었고, 자영이 뒤늦게 그 글을 확인하며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자영이 그 의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미련의 증거라는 점이 이 장치의 핵심인데, 확인 방식이 다소 식상하다는 게 저의 아쉬움이었습니다.


    결론

    앱 스토어 리뷰를 등록합니다. 별점 셋. 초반 한 시간의 담론과 긴장감, 전종서와 손석구라는 두 프로필의 매력만으로도 설치할 가치가 있는 앱이지만, 마지막 업데이트에서 갈등의 설계와 봉합이 무너지며 평범한 연애담으로 착지한 것이 감점 사유입니다. 제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 결말만 보충됐어도 수작이었을 작품입니다.

    그래도 리뷰의 마지막 줄은 기대로 씁니다. 사랑과 연애를 이렇게 솔직하고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개발자는 흔치 않으니까요. 정가영 감독의 다음 버전을 기다리는 사용자가 이미 많다는 것, 그게 이 앱이 남긴 가장 확실한 성과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nh0UfMWX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