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저는 이 관람기를 기상 관측 일지로 쓰기로 했습니다.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의 영화니까, 예보와 실황을 대조하는 방식이 어울릴 테니까요. 예보는 맑음이었고 실황은 보슬비였다는 게 결론입니다. 이 글에는 편지의 반전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반전을 아끼고 싶은 분은 관람 후에 펼쳐주시기 바랍니다.비와 당신의 이야기 리뷰: 기상 관측 일지를 폅니다관측 1일 차, 예보. 강하늘과 천우희와 강소라, 이 모으기 힘든 조합이 한 스크린에 모인다는 소식만으로 저의 기대 강수확률은 90퍼센트였습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관측 2일 차, 실황. 2003년 봄, 삼수를 결심한 영호(강하늘)의 잿빛 일상이 무대입니다.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얻어먹으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온 밤, 저는 아만다 월러의 책상에 앉은 기분으로 기밀 프로파일을 열람하듯 이 영화의 정보들을 정리했습니다. 생환을 장담할 수 없는 임무에 투입되는 범죄자 특공대라는 뜻의 팀명처럼, 이 영화에는 겉면의 오락 아래 숨겨진 족보와 상징이 빼곡합니다. 본편과 DC 확장 유니버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이라는 점도 미리 안내드립니다.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해석: 기밀 프로파일 열람 일지열람 1호 파일, 조직의 기원.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이름은 1959년 만화 '브레이브 앤 더 볼드' 25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놀랍게도 초기 설정은 범죄자 팀이 아니라 특수 임무를 맡은 군인과 학자들의 조직, 태스크포스 X였습니다. 첫 임무가 휴양지에 나타난 괴물을 막..
미션 파써블을 보고 나서, 저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청구한 웃음들을 오해 정산 내역서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해로 굴러가는 액션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수습 비밀요원과 돈만 되면 뭐든 하는 흥신소 사장이 서로를 착각하며 벌이는 무기 밀수 사건 공조기. 결말은 봉인해 두었으니 관람 전에 읽으셔도 괜찮습니다.미션 파써블 리뷰: 오해 정산 내역서를 발행합니다정산 1건, 이 영화의 원금이 된 오해부터. 중국 국가안전부의 수습 요원 다희(이선빈)는 생애 첫 단독 임무를 받습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권총 밀수 정황을 조사하라는 것, 그리고 현지에 심어둔 블랙요원과 접선하라는 지시와 주소 하나(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그런데 진짜 블랙요원이 하필 접선 직전 사고로 의식..
오늘 합평회 — 여러 사람이 한 작품을 함께 읽고 평을 나누는 문예창작 수업의 전통 — 에 올리는 작품은 '장르만 로맨스'입니다. 7년째 한 줄도 못 쓴 소설가가 주인공인 영화라, 발제문 형식으로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시사회에서 먼저 읽고 왔고, 이 작품은 개봉 하루 만에 이터널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합평회 규칙에 따라 결말 낭독은 생략하니, 스포일러 걱정 없이 읽으셔도 됩니다.장르만 로맨스 후기: 합평회에 올리는 발제문주인공 설정부터 발제합니다. 7년째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가 김현(류승룡)은 요즘 낚시로 소일하는 중입니다. 출판사 대표이자 절친인 순모가 "투자자들 난리 났다, 밑에서 젊은 애들이 치고 올라온다"며 들들 볶아도 요지부동이던 그가, 스승의 부고 소식에 부랴부랴 달..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고 나서, 저는 극 중 만남 앱 '오작교미'의 사용자가 된 기분으로 앱 스토어 리뷰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별점은 다섯 개 중 세 개, 한 줄 요약은 "초반 매칭은 완벽, 마지막 업데이트가 아쉬움". 성과 연애를 정면으로 다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며, 이 글에는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두 가지 모두 참고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별점 3개짜리 앱 사용기설치 배경부터 적습니다. 정가영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담론을 이토록 솔직하고 재미있게 던지는 데에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밤치기와 비치 온 더 비치로 '리틀 홍상수'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저는 그 별명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술자리 대화극이라는 분위기는 닮았을지언정 ..
고질라 대 콩을 보는 동안 저는 링사이드의 심판이 된 기분으로 채점표를 적었습니다. 킹콩이 스크린에 등장한 1933년 이후 9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괴수 영화의 계보에서, 두 왕이 정면으로 맞붙는 이 빅매치를 라운드별로 판정한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한 번 더 봐야겠는데"였고, 이 글에는 승부의 결과를 포함한 치명적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고질라 VS 콩 리뷰: 링사이드에서 적은 채점표경기 전 전적 조회부터. 저는 일본판 고지라 시리즈와 레전더리의 고질라 시리즈를 모두 좋아하는 관객입니다. 몬스터버스(MonsterVerse) — 고질라와 콩을 한 세계관에 묶은 레전더리의 괴수 영화 시리즈 — 의 성적표를 보면,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에서 전율했고, 콩 스컬 아일랜드는 평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