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온 밤, 저는 아만다 월러의 책상에 앉은 기분으로 기밀 프로파일을 열람하듯 이 영화의 정보들을 정리했습니다. 생환을 장담할 수 없는 임무에 투입되는 범죄자 특공대라는 뜻의 팀명처럼, 이 영화에는 겉면의 오락 아래 숨겨진 족보와 상징이 빼곡합니다. 본편과 DC 확장 유니버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이라는 점도 미리 안내드립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해석: 기밀 프로파일 열람 일지
열람 1호 파일, 조직의 기원.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이름은 1959년 만화 '브레이브 앤 더 볼드' 25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놀랍게도 초기 설정은 범죄자 팀이 아니라 특수 임무를 맡은 군인과 학자들의 조직, 태스크포스 X였습니다. 첫 임무가 휴양지에 나타난 괴물을 막는 것이었으니, 거대 괴물과 맞서 싸우는 이번 영화는 파격이 아니라 근본으로의 회귀인 셈입니다(출처: IMDb — The Suicide Squad). 우리가 아는 '아만다 월러 국장이 수감된 범죄자들을 부린다'는 현대적 설정은 1987년 작가 존 오스트랜더가 만든 것인데, 제임스 건 감독은 그 원작자를 벨 리브 교도소의 담당 의사 카메오로 모셔 오는 예우까지 갖췄습니다.
열람 2호 파일, 전작의 그림자. 2016년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판은 전 세계 7억 달러를 벌었지만 혹평 속에 매력적인 캐릭터만 남긴 비운의 작품이 됐습니다. 진지한 톤으로 찍은 영화가 스튜디오의 권유로 전면 수정됐고 편집마저 감독의 손을 떠났다는 후일담이 있죠. 이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공개되며 "편집에 따라 영화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에이어 감독판을 공개하라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역사가 이번 영화의 배경입니다.
중요한 건 제임스 건의 태도입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을 지우는 리부트가 아니라 계승입니다. 전작을 안 봐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DC 확장 유니버스의 설정들과 맞닿은 부분들이 있어 알고 보면 훨씬 많은 것이 보입니다. 그 "알고 보면 보이는 것들"을 다음 파일부터 열람하겠습니다.
요약: 군인들의 태스크포스 X에서 출발한 1959년의 기원, 1987년의 리부트, 그리고 2016년판의 그림자까지 — 이번 영화는 그 역사를 계승하며 근본으로 회귀합니다.
숨겨진 이스터에그: 몰살에도 족보가 있다
상륙하자마자 1팀이 당황스러울 만큼 순식간에 전멸하는 오프닝부터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건 원작 시리즈의 오랜 전통입니다. 매 작품 팀원들의 최후로 멤버가 교체되고, "이번엔 누가 못 돌아올까"라는 질문 자체가 이 시리즈의 서스펜스니까요.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던 마이너 빌런들이 대거 투입되어 희생되는 것은, 태스크포스 X의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에게도 전부 족보가 있습니다. 이스터에그(Easter egg) — 제작자가 작품 곳곳에 숨겨둔 장치와 메시지 — 를 파일로 정리합니다.
새번트: 배트맨에게 자질을 낮게 평가받고 버즈 오브 프레이를 납치했던 빌런 — 영화에서 그가 해치는 새의 이름이 하필 '블랙버드'라는 상징 장치
션 건(제임스 건의 친동생): 족제비 인간 위즐과 캘린더 맨 1인 2역 — 날짜에 집착하는 캘린더 맨이 정작 자기 자식 생일은 기억 못 하는 아이러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단: 마이클 루커(새번트), 킹 샤크 목소리의 실베스터 스탤론, 랫캐처 1로 등장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클럽 댄서로 깜짝 출연한 폼 클레멘티에프
랫캐처 2의 쥐 세바스찬: CG가 아닌 실제 쥐들로 촬영 — 엔딩 크레딧에 쥐들의 이름이 올라감
무대 장치들도 열람할 가치가 있습니다. 빌런들이 수감된 벨 리브 교도소는 메타휴먼과 강력 범죄자를 수용하는 특수 시설로, 이곳을 관리하는 조직이 아만다 월러가 국장으로 있는 미 정부 비밀조직 아르거스(A.R.G.U.S.)입니다. 영화에서 이름이 직접 언급되진 않지만 팀원들의 프로파일 정보가 전부 이 조직에서 나온 것이고, 후속 드라마 피스메이커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동 휴게실에 스치듯 등장하는 컬레이도스코프는 슈퍼보이의 빌런인데, 브라이트번을 제작하며 "전형적인 슈퍼맨 영화는 찍고 싶지 않다"고 했던 제임스 건의 슈퍼보이 계열 관심사가 읽히는 캐스팅입니다.
떡밥 파일도 있습니다. 블러드스포트는 크립토나이트 총알로 슈퍼맨을 중환자로 만든 인물로 소개되는데, 그 희귀한 물질을 다량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렉스 루터뿐입니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루터가 그를 고용하죠. 영화는 고용주를 끝내 밝히지 않으며 이 실을 다음 이야기로 남겨두었습니다. 지상의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던 킹 샤크가 같은 해양 생물에게만 상처를 입는 설정은 아쿠아맨의 어인 설정과 정확히 맞물리고, 부메랑으로 살아온 캡틴 부메랑이 부메랑처럼 날아온 헬기 파편에 최후를 맞는 장면은 죄가 결국 제게 돌아온다는 이 영화식 인과응보의 상징입니다.
요약: 오프닝 몰살부터 카메오, 소품, 최후의 방식까지 — 이 영화의 모든 장치에는 원작의 족보와 다음 이야기를 향한 실이 심겨 있습니다.
왓치맨 주제의식: 진실과 거짓 평화의 딜레마
이 영화의 진짜 기밀은 유혈 낭자한 오락 아래 깔린 주제의식입니다. 무대인 코르토 말티즈부터 의미심장합니다. 프랭크 밀러의 걸작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처음 등장한 이 가상의 섬은 미국과 소련의 외교 마찰 지역이자, 슈퍼맨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배트맨과 대립하게 되는 계기가 된 장소입니다. 정치와 초인이 얽히는 무대라는 DNA를 가진 섬인 거죠. 영화는 루나 장군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일주일 된 시점의 이 섬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섬의 군사시설 요툰하임에서 30년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 스타피시의 진실. 1991년 납치된 우주 불가사리 스타로를 이용해, 미국 정부가 당시 독재 정권과 비밀 협약을 맺고 반대파를 대상으로 벌여온 불법 생체실험이었습니다. 조국에 몸 바쳐온 군인 릭 플래그는 그 더러운 진실 앞에서 무너지고, 이 영화 최고의 충돌이 시작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실을 폭로해야 한다는 플래그와, 더러운 진실을 묻고 거짓 평화를 지키겠다는 피스메이커의 격돌.
저는 이 구도가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과 정확히 같은 질문이라고 봅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거대한 거짓을 설계한 오지만디아스와, 그 거짓을 세상에 폭로하려다 스러진 로어셰크의 딜레마 말입니다. 그리고 왓치맨이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진실은 끝내 세상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블러드스포트가 진실이 담긴 하드 드라이브를 침묵의 대가이자 팀의 자유를 위한 조건으로 삼으면서, 평화는 거짓 위에 세워집니다. 해피엔딩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국가적 분쟁을 부를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옳은가, 더러운 진실을 덮은 거짓 평화가 바람직한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관객의 몫으로 남기는 결말입니다.
할리 퀸의 선택도 이 주제 위에 있습니다. 아이들까지 해쳐서라도 정권을 지키겠다는 독재자의 말에 총구를 돌리는 그녀의 장면들은, 전편들에서 그녀가 통과해 온 관계의 맥락을 알수록 무게가 실립니다. 단서도 열람 기록에 남깁니다. 이 영화는 잔혹 묘사의 수위가 높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취향을 확실히 타고, 초반의 급격한 전개는 사전 정보 없이 보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락과 질문을 한 몸에 담아내는 재주만큼은 상급 기밀로 분류해 둘 만합니다.
요약: 진실 폭로와 거짓 평화의 충돌이라는 왓치맨의 질문을 계승한 결말 — 유혈 오락의 얼굴 아래 이 영화의 진짜 기밀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안 보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봐도 되나요?
A. 됩니다. 이번 작품은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리부트가 아니라 전작을 계승하는 작품이라, 할리 퀸의 감정선이나 릭 플래그와 팀의 관계 같은 대목은 전편을 알수록 무게가 실립니다. 시간이 되면 전편을, 없다면 이 글의 배경 정리로 대신하셔도 충분합니다.
Q.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쿠키 영상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쿠키는 최종전에서 쓰러진 줄 알았던 피스메이커의 생존을 알리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피스메이커로 직결되는 장면입니다. 아만다 월러의 조직 아르거스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에서 이어질 예정이니, DC 팬이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Q.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요?
A. 잔혹한 액션 묘사와 거친 대사의 수위 때문입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 스튜디오의 간섭 없이 원작 특유의 과격한 톤을 그대로 살린 결과물이라, 히어로물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가족 관람용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선택하셔야 합니다.
Q. 블러드스포트를 고용해 슈퍼맨을 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A. 영화는 끝내 밝히지 않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는 렉스 루터입니다. 크립토나이트를 다량 보유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인 데다, 원작 만화에서도 루터가 블러드스포트를 고용해 특수 제작 무기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을 위한 떡밥으로 남겨진 설정으로 보입니다.
결론
기밀 파일 열람을 종료합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1959년의 근본으로 회귀한 괴수전이자, 몰살조차 족보 위에서 설계한 이스터에그의 보물창고이며, 왓치맨의 질문을 이어받은 묵직한 우화입니다. 청불 수위와 급격한 전개라는 접근 조건만 통과한다면, 알고 볼수록 두 배로 보이는 영화라는 것이 열람 담당자의 최종 소견입니다.
파일의 마지막 장은 다음 이야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피스메이커의 드라마, 그리고 이름을 감춘 고용주의 정체까지. 다음 기밀이 해제되는 날, 열람 일지를 들고 다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