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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리뷰 (인물 배치, 류승룡 연기, 코미디 구성)

Stv 2026. 8. 12. 08:26

목차


    오늘 합평회 — 여러 사람이 한 작품을 함께 읽고 평을 나누는 문예창작 수업의 전통 — 에 올리는 작품은 '장르만 로맨스'입니다. 7년째 한 줄도 못 쓴 소설가가 주인공인 영화라, 발제문 형식으로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시사회에서 먼저 읽고 왔고, 이 작품은 개봉 하루 만에 이터널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합평회 규칙에 따라 결말 낭독은 생략하니, 스포일러 걱정 없이 읽으셔도 됩니다.



    장르만 로맨스 후기: 합평회에 올리는 발제문

    주인공 설정부터 발제합니다. 7년째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가 김현(류승룡)은 요즘 낚시로 소일하는 중입니다. 출판사 대표이자 절친인 순모가 "투자자들 난리 났다, 밑에서 젊은 애들이 치고 올라온다"며 들들 볶아도 요지부동이던 그가, 스승의 부고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갔다가 멀쩡히 살아 계신 스승과 마주치는 도입부 소동에서부터 이 작품의 코미디 리듬이 잡힙니다. 부고가 아니라 잔칫날이었던 거죠.

    이 소설의 판을 흔드는 인물은 김현의 제자 유진입니다. "선생님이 왜 글이 안 써지는지 아세요? 안 되니까 안 쓰시는 게 아니라, 겁나서 아껴두고 계신 거 아니에요?"라는 팩트 폭행으로 스승의 정곡을 찌르더니, 몰래 두고 간 습작 하나로 어른들을 발칵 뒤집습니다. 순모가 읽고 "완전히 물건"이라 감탄하고, 김현이 읽어보니 습작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작품인 글. 재능이 말라버린 스승과 재능이 넘치는 제자, 그리고 스승을 향한 제자의 예사롭지 않은 마음까지. 이 축 하나만으로도 소설 한 권입니다.

    또 하나의 챕터는 아들 성경입니다. 사춘기의 절정에서 생애 첫 이별 — 학원도 안 나오고 전화도 받지 않는 여자친구의 잠수 이별 — 까지 겪은 이 소년의 슬픔을, 정작 아빠는 짐작도 못 합니다. 학교 상담에서 "집에 무슨 문제가 있냐"는 말을 듣는 부자의 엇갈림이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요약: 슬럼프 소설가, 정곡을 찌르는 제자, 첫 이별의 아들 — 각자 소설 한 권짜리 사연들이 한 작품에 챕터로 쌓입니다.

    얽히고설킨 관계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거실

    이 작품의 진짜 구성력은 관계도에 있습니다. 작가, 아니 감독은 인물들 사이에 비밀의 실타래를 몇 겹으로 꼬아놓았습니다. 발제 자료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전처 미애는 김현의 베스트 프렌드 순모와 비밀 연애 중 — 여행지 접촉 사고로 들통날 뻔한 위기까지
    • "친구의 전처와 사귄다는 게 우리 현실이야" — 떳떳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자조
    • 정작 김현은 뜻밖의 상대와 아슬아슬한 순간을 하필 아들에게 목격당해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으로
    • 그리고 스승 김현을 향한 제자 유진의 마음까지 — 모두가 각자의 비밀 하나씩

    이 실타래들이 각자의 챕터에서 따로 굴러가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각자의 비밀을 품은 인물들이 한 거실에 모이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환장 파티가 시작됩니다. 발제자는 규칙에 따라 여기서 낭독을 멈춥니다. 이 합평회의 결말은, 각자 극장에서 읽어오시기 바랍니다.

    합평의 예의로 지적도 남깁니다. 전처와 절친의 연애, 얽히고설킨 관계도라는 소재 자체가 막장 드라마의 문법이라, 이런 설정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여러 인물의 사연을 오가느라 개별 서사의 깊이가 아쉬운 대목도 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재주는 그 막장의 재료들을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끓여냈다는 데 있습니다. 누구 하나 악인이 없고, 다들 서툴고 겁 많고 외로운 사람들이라, 웃다가 문득 그 마음들이 이해되는 순간이 옵니다.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겉장르는 로맨스지만 실제로는 가족극이자 성장담이자 코미디인, 장르를 몇 겹 껴입은 작품이니까요.

    요약: 비밀을 하나씩 품은 인물들이 한 거실로 수렴하는 구성이 백미이며, 막장의 재료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끓여낸 것이 이 작품의 재주입니다.

    류승룡 코믹 연기: 물 만난 고기의 귀환

    이 작품의 문장력, 그러니까 연기에 대한 합평입니다. 류승룡은 물 만난 고기입니다.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빵빵 터지는 코믹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손꼽을 만하고, 시사회 상영관에서 저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과 함께 웃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무 부담 없이 웃으며 영화를 본 덕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감각까지 새삼스러웠을 정도입니다. 극한직업 이후 그의 코미디가 그리웠던 분이라면 이 작품이 답입니다.

    슬럼프에 빠진 예술가의 허세와 찌질함, 아들 앞에서의 허둥거림, 제자의 팩폭 앞에서 무너지는 표정까지, 류승룡은 김현이라는 인물의 한심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성립시킵니다. 코미디는 배우의 얼굴이 절반이라는 걸 증명하는 연기이고, 주변 인물들 — 능청스러운 순모, 생활력의 미애, 서늘하게 정곡을 찌르는 유진, 사춘기의 성경 — 의 앙상블도 각자의 챕터를 충실히 책임집니다.

    웃음 사이에 남는 문장도 있습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가 재능이 아니라 겁 때문이라는 유진의 대사는 소설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을 미루며 사는 모든 어른의 정곡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 코미디로 소비되고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흥행 성적이 그 대중성을 증명합니다. 개봉 첫날 할리우드 대작 이터널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시사회 현장의 웃음 온도로 짐작건대 입소문의 힘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요약: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 안 가는 류승룡의 코믹 연기가 이 작품의 문장력이며, 웃음 사이에 남는 대사들이 여운을 책임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르만 로맨스 개봉일과 관람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A. 2021년 11월 17일 개봉작이며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어른들의 연애 소동이 소재지만 수위는 코미디의 선 안에서 다뤄져, 중학생 이상 자녀와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는 온도입니다.


    Q. 제목 '장르만 로맨스'가 무슨 뜻인가요?

    A. 겉으로 내건 장르는 로맨스지만 실제로는 가족극, 성장담, 코미디가 겹겹이 섞여 있다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담은 제목으로 읽힙니다. 인물마다 각자의 로맨스가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전형적인 로맨스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목이 곧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인 셈입니다.


    Q. 류승룡 코미디, 극한직업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A. 극한직업이 상황과 팀플레이로 폭소를 만드는 코미디라면, 이 작품은 김현이라는 인물의 찌질함과 허세에서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 코미디입니다. 폭소의 밀도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생활 연기의 재미는 이쪽이 한 수 위라고 느꼈습니다.


    Q. 장르만 로맨스, 막장 소재라던데 불편하지 않나요?

    A. 전처와 절친의 비밀 연애 같은 관계도만 놓고 보면 막장의 재료가 맞습니다. 다만 영화는 이 재료를 자극이 아니라 서툴고 외로운 사람들의 코미디로 끓여내서, 누구 하나 악인 없이 다들 미워할 수 없게 그려집니다. 그래도 이런 설정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결론

    발제를 마무리합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각자 소설 한 권짜리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한 거실로 몰아넣고, 막장의 재료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코미디로 끓여낸 작품입니다. 류승룡의 물 만난 코믹 연기와 웃음 사이에 남는 문장들, 그리고 개봉 첫날 이터널스를 제친 흥행까지, 오랜만에 만난 부담 없는 한국 코미디로 추천합니다.

    합평회의 마지막 순서는 과제 공지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그 거실에서 이 환장 파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각자 극장에서 결말을 읽어오시기 바랍니다. 웃으러 갔다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져서 나오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