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스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방금 나는 두 시간짜리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이수했구나. 보이스피싱으로 30억을 빼앗긴 전직 형사가 중국 콜센터의 심장부까지 파고드는 이 영화는, 복수극의 통쾌함과 예방 교육의 실용성을 겸직하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그 수강 후기를 교시별로 남깁니다.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보이스 영화 리뷰: 피해자가 어리석어서 당하는 게 아니었다1교시, 미끼의 설계.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은 건설현장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고, 아내 미연은 식당을 운영합니다. 어느 날 미연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남편 친구라는 변호사, 남편이 사람이 죽은 사고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 지금 현장 합의를 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리해진다는 재촉. 다급해진..
[긴급 공지] 회원 여러분, 배우님이 납치되셨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극장 안에서만입니다. 황정민 팬카페 운영진의 심정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 인질을 먼저 보고 온 상황 보고를 올립니다. 러닝타임 94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극장을 나서며 든 첫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황정민 씨, 이 영화 찍느라 정말 죽다 살아나셨겠구나.인질 시사회 후기: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던 밤의 기록공지 1항, 사건 개요입니다. 영화 발표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배우 황정민이 편의점에 들렀다가, 자신을 알아보는 진상 팬들과 마주치고, 집 앞에서 납치를 당합니다. 처음엔 유튜버들의 몰래카메라 정도로 여기던 그는 시간이 흐르며 이것이 몸값을 노린 진짜 납치임을 깨닫게 되죠. 자신의 실종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 한 치 앞을 알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고 온 날 밤, 저는 낚시꾼이 조과(釣果) — 그날 낚아 올린 물고기의 기록 — 를 적듯, 극장에서 건져 올린 떡밥들을 기록장에 정리했습니다. 마블 스물다섯 번째 영화답게 이번 편에도 카메오와 복선, 쿠키 영상까지 낚을 것이 가득했거든요. 본편과 쿠키 영상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 후에 읽으시길 권합니다.샹치 떡밥 총정리: 마카오 결투장에서 낚아 올린 것들이번 출조 최대의 명당은 여동생 샤링이 운영하는 마카오의 불법 결투 도박장이었습니다. 샹치와 케이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태권도 선수와 스모 선수가 겨루는 방들이 스쳐 가고, 나타샤가 해방시킨 위도우 요원, 그리고 아이언맨 3에 나왔던 약물 익스트리미스를 주입받아 몸에서 붉은 열을 내뿜는 남자까지 지나갑니다. 방 ..
응시자 정보부터 밝힙니다. 원작 만화 읽은 권수 0, 애니메이션 시청 편수 0, 아는 정보는 "인간과 도깨비가 싸운다" 한 줄. 반면 동반 응시자인 아내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전부 정복한 만점자입니다. 목요일에 볼 게 없어 얼떨결에 치르게 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입장 시험, 155분짜리 시험지를 받았는데 체감은 두 시간이었습니다. 그 답안지를 여기 제출합니다. 중반부터 전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후기: 원작 지식 0점의 입장 시험 답안지시험장 정보부터. 개봉 특전인 오리지널 티켓은 누적 관객 200만을 넘기며 일찌감치 소진됐고(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돌비관은 만석이라 일반관에서 응시했습니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55분.1번 문제, 세계관을 서술하시오. ..
씽크홀의 주인공 동원은 11년 만에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한 가장입니다. 그 마음에 이입해서, 저도 하자 점검표를 들고 이 영화에 입주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점검표가 빨간펜으로 가득해졌지만, 통과 도장을 찍어준 항목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차승원과 김성균이 웃긴 건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웃음이 덮을 수 없는 중대 하자가 하나 있다는 겁니다.씽크홀 리뷰: 하자 점검표를 들고 입주했다점검 항목 1, 입주민 구성.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해 빌라로 이사 온 동원(김성균)의 첫날부터, 501호 주민 만수(차승원)가 사사건건 엿을 먹입니다. 아침엔 체육관 파트타임 관장, 점심엔 사진관 주인, 저녁엔 대리운전까지 뛰는 멀티잡의 사나이. 도대체 잠은 언제 자나 싶지만, 이런 건 영화적 허용 — 이야기의 재미..
이터널스를 보고 나온 날, 저는 극장이 아니라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리뷰도 도슨트 — 미술관에서 작품을 해설하며 관람을 안내하는 사람 — 의 투어처럼 쓰려 합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를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 범지구적 캐스팅, 우주의 시작까지 확장한 세계관. 재료만 보면 걸작이 나와야 했던 이 영화가 왜 마블 최저 평점권의 혹평을 받았는지, 전시실을 하나씩 돌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터널스 리뷰: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 든 이유전시 1관은 풍경화의 방입니다. 이 영화의 화면들은 상당수가 매직아워(magic hour) — 해가 뜨거나 지기 직전,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광이 도는 짧은 시간대 — 에 촬영되었습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