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자전거를 도둑맞고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못 찾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 거죠. 그러니까 제 자전거는 이 세상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도난 사건입니다. 암수살인이라는 낯선 제목이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암수범죄 — 실제로 일어났지만 신고되지 않거나 인지되지 못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 자전거라면 씁쓸하고 말 일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김윤석, 주지훈의 이 실화 모티브 수사극을 결말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실존 피해자들이 계신 사건이 바탕인 만큼 이 글은 절제된 서술로 쓰려 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암수살인 리뷰: 교도소에서 걸려온 전화시작은 한 통의 전화입니다. 부산의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교도소에..
다이어트 3주 차의 밤 11시, 배달 앱을 켠 손가락 위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 적이 있습니다. 먹어, 치킨은 살 안 쪄 — 참아, 3주가 아깝지 않냐. 결국 반반 무 많이로 협상이 타결되던 그 밤 깨달았죠. 내 안에도 베놈이 산다는 걸. 영화 베놈은 그 내적 사투를 외계 생명체와의 동거로 바꿔놓은 이야기입니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사사건건 참견하는데, 가끔은 이상하게 든든한 또 하나의 나 — 톰 하디의 이 안티히어로 영화를 결말과 쿠키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베놈 리뷰: 루저에게 찾아온 외계인이야기는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를 싣고 돌아오던 라이프사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 시작됩니다. 수거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라지는데, 이 녀석은 사람..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물려받던 날을 기억합니다. 비싼 물건도 아닌데 손목에 차는 순간 이상하게 자세가 발라졌죠. 시계란 시간을 가리키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을 품는 물건이라는 걸 그때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영화 공작의 마지막 장면에 손목시계 하나가 등장합니다 — 그 시계가 왜 두 남자의 10년을 통째로 요약하는지, 이 글은 그 답을 향해 갑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의 이 첩보극은 총성 대신 말과 눈빛으로 싸우는 영화이고, 믿기 어렵게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공작 영화 리뷰: 총성 없는 침투영화는 안대를 쓴 채 신문당하는 한 남자에서 시작합니다. 자백제까지 동원된 심문 — 그는 암호..
몇 년을 전화로만 거래하던 거래처의 김 대리를 처음 만난 날,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목소리로 그려온 몽타주가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죠. 얼굴을 모르는 상대는 상상 속에서 자랍니다. 그 상상이 몇 년쯤 묵으면 확신이 되고요. 독전은 그 확신을 두 시간짜리 추적극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 아무도 얼굴을 모르는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이라는 몽타주를 쫓는 이야기.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작품이고, 진하림을 연기한 김주혁 배우가 이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2017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의 마지막 열연을 기억하며, 결말의 총성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독전 리뷰: 얼굴 없는 보스를 쫓다이야기는 한 소녀의 죽음에서 시작합니다. 마약팀..
생애 첫 투표를 하러 간 날을 기억합니다. 기표소 커튼을 닫고 도장을 꾹 눌러 찍던 몇 초 — 솔직히 그날의 저는 그 종이 한 장이 조금 귀찮기까지 했습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인 줄 알았으니까요. 영화 1987은 그 당연함의 영수증입니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강동원 — 쟁쟁한 배우들이 기꺼이 조각이 되어준 723만의 실화. 실존하는 분들의 이야기인 만큼 이 글은 담담하게 쓰려 합니다. 강동원 배우가 맡은 인물의 정체는 큰 스포일러라 본문에서는 접어두고 문답에서만 다루며,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1987 영화 리뷰: 서류 한 장으로 덮으려던 죽음1987년 1월 14일, 남영동의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의 대학생 박종철이 숨을 거둡..
누구에게나 전송 버튼을 누른 직후 심장이 내려앉은 기억이 하나쯤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친구 험담을 하필 그 친구에게 보낸 밤이었죠 — 전송 취소가 가능한 5초가 그렇게 길고 짧을 수가 없었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그 5초의 공포를 두 시간으로 늘인 영화입니다. 극 중 대사처럼, 휴대폰은 인생의 블랙박스니까요.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이서진이 뭉쳐 529만 관객의 마음을 잠금 해제한 이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감독 코멘터리 기반으로 총정리합니다. 결말과 반전까지 담았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완벽한 타인 리뷰: 1,500만 원짜리 첫 장면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저녁 식사에 모인 오랜 친구들이 그날 밤 수신되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