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구슬치기에서 저는 흥망성쇠를 배웠습니다. 한 주머니를 다 딴 날이 있었죠 —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못했다는 것. 더 큰 판을 찾아다니다 해 질 녘엔 빈 주머니로 집에 갔습니다. 따는 법은 쉽게 배우는데 멈추는 법은 끝내 못 배우는 것 — 영화 마약왕은 그 오래된 이야기의 1970년대 부산 버전입니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의 이 흥망성쇠극을 정리합니다. 언론 시사 기반의 개봉 전 리뷰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 결말은 다루지 않으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마약왕 리뷰: 부산에서 왕이 된 남자원본 리뷰어의 교양 서론이 유익해 먼저 옮깁니다. 한 인간이 큰돈과 권력을 얻고 스스로 무너지는 흥망성쇠의 일대기는 영화라는 매체의 단골 정석입니다..
몇 해 전 우리 아파트의 새벽, 어디선가 "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집 TV 소리였죠 — 그런데 그 10초짜리 소리에 윗집 불이 켜지고, 옆 동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는 벌써 관리실에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현실의 아파트란 그런 곳입니다.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귀가 모여 사는 공간.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목격자를 둘러싼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 상식에 있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 글의 혹평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긴 감상이 아니라 각본의 공정을 향하고, 영화 도입부의 설정 논란을 다루는 글이라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5점입니다.목격자 리뷰: 눈이 마주친 밤목격자는 제작비 70억 원의 상업 스릴러입니다. 새벽에 귀가해 맥주를 마시던 가장 상훈(이성..
누구에게나 전송 버튼을 누른 직후 심장이 내려앉은 기억이 하나쯤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친구 험담을 하필 그 친구에게 보낸 밤이었죠 — 전송 취소가 가능한 5초가 그렇게 길고 짧을 수가 없었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그 5초의 공포를 두 시간으로 늘인 영화입니다. 극 중 대사처럼, 휴대폰은 인생의 블랙박스니까요.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이서진이 뭉쳐 529만 관객의 마음을 잠금 해제한 이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감독 코멘터리 기반으로 총정리합니다. 결말과 반전까지 담았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완벽한 타인 리뷰: 1,500만 원짜리 첫 장면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저녁 식사에 모인 오랜 친구들이 그날 밤 수신되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
신과함께를 극장에서 볼 때 옆자리에는 원작 웹툰의 열혈 팬인 친구가 앉아 있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제가 들은 말 — 원작에선 안 이래. 어림잡아 열두 번쯤이었죠. 원작을 모르는 저는 꽤 재밌게 봤는데, 원작을 사랑하는 친구는 왜 두 시간 내내 괴로웠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신과함께: 죄와 벌 리뷰입니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가 나오는 1,441만 관객의 그 영화 — 각색과 완성도를 따지는 비평 중심의 글이라 결말의 그 장면은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신과함께 죄와 벌 리뷰: 귀인의 49일리뷰의 서론이 뼈를 때립니다. 원작과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영화의 완성도 전체를 매도하는 풍조 — 해외의 한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
새해 다이어리의 첫 장에 버킷리스트를 적던 시절이 있습니다. 오로라 보기, 마라톤 완주, 피아노 다시 배우기 — 해가 바뀌어도 목록은 그대로였고, 언젠가부터는 적는 것조차 그만뒀죠. 시간이 많다고 믿는 사람의 여유였을 겁니다. 퍼펙트맨은 그 목록 앞에서 정반대의 처지에 놓인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없는 남자와, 시간밖에 없는 남자. 설경구와 조진웅의 블랙코미디이고, 이 글은 결말을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퍼펙트맨 리뷰: 시간이 없는 남자, 시간밖에 없는 남자영기(조진웅)는 부산 바닥의 건달입니다. 주먹 하나로 굴러온 인생이지만 요령은 없어서 조직에서도 밀려나는 신세죠. 사고를 치고 법정에 선 그에게 내려진 판결은 집행유예와 사회봉..
낯선 숙박업소에 들어가면 콘센트 구멍을 괜히 한 번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불법 촬영이라는 범죄가 우리 일상에 심어둔 불안이죠. 그래서 먼저 분명히 적습니다. 이 범죄는 실재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사회적 죽음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으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라미란과 이성경의 걸캅스는 바로 그 의제를 정면에 내건 영화였고, 이 글의 비판은 그 의제가 아니라 의제를 담은 그릇 — 영화의 전달 방식과 완성도 — 를 향합니다.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본 분들의 감상도 정당하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요. 원본 리뷰어는 0점을 매겼지만 제 점수는 배우들의 몫을 반영한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 결말 언급 있는 리뷰이니 참고하세요.걸캅스 리뷰: 민원실의 시누이와 올케박미영(라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