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팬들 사이에는 끝나지 않는 떡밥이 하나 있습니다. 장첸이냐, 강해상이냐. 1편을 다시 본 김에 2편도 연달아 돌려보고, 저 나름의 판정을 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조직의 공포는 장첸이지만, 밤길에 마주치기 무서운 건 강해상입니다.강해상은 왜 장첸과 다른 방식으로 무서운가1편의 장첸은 조직을 이끄는 보스였습니다. 하얼빈에서 넘어와 독사파를 흡수하고 가리봉동을 장악하는, 세력의 공포였죠. 그런데 2편의 강해상은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조직이 없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인 관광객을 노리고 납치와 갈취를 반복하는, 철저히 개인 단위로 움직이는 포식자입니다.제가 이 캐릭터에게서 가장 서늘함을 느낀 건 목적과 수단이 뒤집혀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범죄 서사에서 폭력은 돈이라는 목..
청불 등급 영화가 68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수치, 지금 봐도 쉽게 납득이 안 됩니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청불 등급은 그 자체로 전체 관객의 30~40%를 차단하는 구조인데, 범죄도시 1편은 그 핸디캡을 정면으로 뚫었습니다. 최신편을 극장에서 보고 나온 날 밤, 저는 2017년 1편을 다시 틀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왜 시작될 수 있었는지, 몸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청불 등급으로 680만, 이 수치가 말하는 것범죄도시 1편은 2017년 10월 개봉해 최종 누적 관객 수 68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청불 등급, 즉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이 숫자를 달성한다는 것은 단순한 흥행이 아닙니다.여기서 청불 등급이란 만 18세 미만의 관객이 관람할 수 없는 영화등급 ..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파묘 후반부에서 오니가 등장하는 순간 "이 영화가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면서도, 보고 나온 사람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영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파묘는, 사실 한 편 안에 두 개의 영화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영화 중 어느 쪽 편인지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전반부와 후반부, 같은 영화 다른 장르파묘의 전반부는 정통 오컬트의 교과서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재벌가 장손들이 대를 이어 원인 모를 신경 질환에 시달리는 가운데 집안에 비극적인 일까지 이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처음 이 도입부를 봤을 때, 이건 보통 공포 영화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무당 화림이 "묘 바람"을 ..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말에 기대치를 꽤 높게 잡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장부를 정산해 보니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점 항목이 더 많은데, 결론은 자꾸 비추천 쪽으로 기울더군요. 베테랑2가 정확히 그런 영화였습니다.오프닝은 훌륭한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혹시 속편 영화를 볼 때 전편을 복습하고 가시는 편인가요? 저는 베테랑 1편 리뷰를 쓴 직후라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2편을 봤는데, 그 덕분에 확실히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오프닝부터 1편과 판박이 구조를 취합니다. 서도철 팀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방식, 그리고 1편의 명대사였던 "형님 밥 먹으러 갑시다"를 오프닝 마지막 장면에 그대로 받아치는 연출은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
솔직히 저는 베테랑을 두 번 볼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개봉 때 극장에서 이미 봤고, 충분히 즐겼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방구석1열에서 유아인 편을 보고 난 뒤 다시 틀었다가,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가 1,300만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재관람하면서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실존 모티브를 알고 보면, 분노의 결이 달라집니다혹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조태오가 배기사에게 글러브를 쥐여주고 돈을 내던지는 장면에서 "저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하는 생각이 드셨습니까? 저는 처음엔 그냥 극적 장치라고 봐 넘겼습니다.그런데 재관람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장면의 모티브가 실제 사건이라는 사실을요. 국내 대형 그룹 오너 일가의 사촌이 폭행을 행사하고 ..
솔직히 저는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다가 실망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요. 그런데 신세계 제작진이 만든 느와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틀었다가, 주말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손을 집어넣는 장면 하나가 저를 그 자리에 못 박아 버렸습니다.오프닝 3분이 작품 전체를 설명한다일반적으로 느와르 장르는 초반부터 총격이나 격투로 시선을 잡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최악의 악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남자의 서열 싸움으로 포문을 엽니다. 무기도 없고, 총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3분짜리 밀실 대치가 이후 펼쳐질 야생의 논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이미 "이건 끝까지 봐야겠다"는 확신이 섰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