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이 천만을 넘긴 것을 두고 천만 공식을 탔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예외 케이스라고 봅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최상위권에서 베테랑은 신파도, 눈물 자극 장치도, 대규모 재난 스펙터클도 없는 유일한 형사 액션물입니다. 이 영화가 팔았던 건 감동이 아닙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억눌린 감정이 예술 경험을 통해 해소되는 심리적 정화 작용을 의미합니다. 현실에서 집행유예로 마무리된 사건이 스크린에서는 명동 한복판에서 수갑으로 끝납니다. 서도철이라는 인물은 돈에도 권력에도 굽히지 않는 형사인데, 그런 형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객도 압니다. 그 판타지가 통쾌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이유, 그게 이 영화의 진짜 날입니다.
제가 재관람하면서 확신한 것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두 번 보게 만드는 힘은 마지막 명동 추격 액션 씬에 있다는 겁니다. 5일 밤낮 촬영 끝에 영화에서는 1분 남짓으로 편집된 장면, 조태오와 서도철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맞붙는 그 씬은 리얼 액션(real action), 즉 대역 없이 배우가 직접 소화하는 물리적 액션의 밀도가 절정에 달합니다. 각 배우가 오랜 호흡을 맞춰온 감독, 무술 감독과 쌓아온 신뢰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한국영화인협회 역시 이 영화를 2015년 한국 상업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인협회).
굳이 흠을 짚자면, 조태오 외의 재벌가 인물들이 평면적으로 소비된다는 점과 서도철 팀의 수사 흐름이 종종 우연에 기대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 정도 흠은 명동 씬 앞에서 증발합니다. 안 본 사람보다 잊은 사람이 더 많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베테랑의 1,300만 흥행 동력은 감동이 아닌 대리 처벌의 카타르시스이며, 현실에 없는 서도철이라는 판타지가 그 씁쓸한 쾌감의 정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