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파묘 후반부에서 오니가 등장하는 순간 "이 영화가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면서도, 보고 나온 사람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영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파묘는, 사실 한 편 안에 두 개의 영화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영화 중 어느 쪽 편인지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전반부와 후반부, 같은 영화 다른 장르파묘의 전반부는 정통 오컬트의 교과서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재벌가 장손들이 대를 이어 원인 모를 신경 질환에 시달리는 가운데 집안에 비극적인 일까지 이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처음 이 도입부를 봤을 때, 이건 보통 공포 영화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무당 화림이 "묘 바람"을 ..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말에 기대치를 꽤 높게 잡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장부를 정산해 보니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점 항목이 더 많은데, 결론은 자꾸 비추천 쪽으로 기울더군요. 베테랑2가 정확히 그런 영화였습니다.오프닝은 훌륭한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혹시 속편 영화를 볼 때 전편을 복습하고 가시는 편인가요? 저는 베테랑 1편 리뷰를 쓴 직후라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2편을 봤는데, 그 덕분에 확실히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오프닝부터 1편과 판박이 구조를 취합니다. 서도철 팀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방식, 그리고 1편의 명대사였던 "형님 밥 먹으러 갑시다"를 오프닝 마지막 장면에 그대로 받아치는 연출은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
솔직히 저는 베테랑을 두 번 볼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개봉 때 극장에서 이미 봤고, 충분히 즐겼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방구석1열에서 유아인 편을 보고 난 뒤 다시 틀었다가,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가 1,300만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재관람하면서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실존 모티브를 알고 보면, 분노의 결이 달라집니다혹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조태오가 배기사에게 글러브를 쥐여주고 돈을 내던지는 장면에서 "저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하는 생각이 드셨습니까? 저는 처음엔 그냥 극적 장치라고 봐 넘겼습니다.그런데 재관람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장면의 모티브가 실제 사건이라는 사실을요. 국내 대형 그룹 오너 일가의 사촌이 폭행을 행사하고 ..
솔직히 저는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다가 실망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요. 그런데 신세계 제작진이 만든 느와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틀었다가, 주말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손을 집어넣는 장면 하나가 저를 그 자리에 못 박아 버렸습니다.오프닝 3분이 작품 전체를 설명한다일반적으로 느와르 장르는 초반부터 총격이나 격투로 시선을 잡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최악의 악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남자의 서열 싸움으로 포문을 엽니다. 무기도 없고, 총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3분짜리 밀실 대치가 이후 펼쳐질 야생의 논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이미 "이건 끝까지 봐야겠다"는 확신이 섰습니..
조희팔 사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이게 현실인지 의심했습니다. 피해자 수만 명, 피해액 수조 원. 그 사건을 정면으로 가져온 영화가 바로 마스터입니다. 개봉 당시 별 기대 없이 극장에 앉았다가, 오프닝 10분 만에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오락영화가 이 정도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상 예상 밖이었습니다.실화 배경 — 조희팔 사건과 영화가 닮은 것들마스터의 악당 진현필 회장은 실존 인물 조희팔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조희팔 사건은 2000년대 중반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수신행위 사기로, 피해자가 약 7만 명, 피해액이 4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출처: 경찰청). 유사수신행위란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높은 이자·배당을 ..
여장 코미디가 재밌을 수 있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스타 기장 한정우의 나락 전개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깔리느냐에 따라, 여장이라는 무리수가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절박함이 먼저였습니다 — 웃음 이전에 깔리는 나락의 맥락여장 코미디를 볼 때 제가 항상 먼저 보는 건 "이 캐릭터가 왜 여자 옷을 입어야만 하는가"입니다. 그 납득이 안 되면 웃음이 아니라 불쾌함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은 초반 설계가 꽤 영리했습니다.한정우는 방송까지 진출한 스타 파일럿입니다. 기장(機長), 즉 항공기 전체의 운항 책임을 지는 최고 직책까지 오른 인물이죠. 그런 그가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녹음·유출되면서 하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