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셋을 각각 놓고 보면 이 영화의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보입니다. 제가 직접 두 번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병헌의 진현필은 만점에 가깝습니다. 살인교사(타인에게 살인을 지시하는 범죄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면서도 설명회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구원자로 변신하는 이중성을 단 한 번도 과하지 않게 연기합니다. "100억이 됐을 때는 경제사범이라고 높여 불러주는데, 조 단위가 되면 뭐라고 부를 것 같아"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 문장입니다. 이 대사가 무섭게 작동하는 이유는,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권력과의 결탁이 쉬워지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고 있기 때문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유사수신행위 근절 캠페인 자료 참조).
김우빈의 박장군은 제 경험상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 밖의 발견이었습니다. 전산실장이면서 경찰에도 협조하고, 몰래 500억을 챙기려다 들키고, 진회장에게 속아 넘어가면서도 끝내 장부를 넘기려 하는 인물. 능글맞고 뻔뻔하면서도 어딘가 안쓰러운 이 역할이 김우빈의 필모에서 가장 잘 맞는 옷처럼 보였습니다.
반면 강동원의 김재명 팀장은 캐릭터 설계 자체가 아쉽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란 일반 형사 조직과 달리 금융·사이버 등 전문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 조직을 말하는데, 그 설정에 걸맞은 치밀함이 인물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함정 설계 능력은 보여주지만, 셋의 삼각 구도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몫으로는 가장 약합니다. 배우 탓이 아니라 캐릭터가 너무 반듯하게만 쓰인 탓으로 보입니다.
요약: 이병헌의 빌런 연기는 이 영화 최대의 자산이고, 김우빈은 발견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강동원의 캐릭터는 삼각 구도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해 균형이 다소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