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3주 차의 밤 11시, 배달 앱을 켠 손가락 위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 적이 있습니다. 먹어, 치킨은 살 안 쪄 — 참아, 3주가 아깝지 않냐. 결국 반반 무 많이로 협상이 타결되던 그 밤 깨달았죠. 내 안에도 베놈이 산다는 걸. 영화 베놈은 그 내적 사투를 외계 생명체와의 동거로 바꿔놓은 이야기입니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사사건건 참견하는데, 가끔은 이상하게 든든한 또 하나의 나 — 톰 하디의 이 안티히어로 영화를 결말과 쿠키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베놈 리뷰: 루저에게 찾아온 외계인이야기는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를 싣고 돌아오던 라이프사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 시작됩니다. 수거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라지는데, 이 녀석은 사람..
2018년 4월 말의 일주일을 기억합니다. 사무실에도 단톡방에도 암묵의 계엄령이 내려졌던 시간 — 결말을 말하는 자, 절교를 각오하라. 세상이 영화 한 편의 결말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뉘었던 그 주의 영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입니다. 마블 스튜디오 19번째 작품이자 23인의 히어로가 총집결한 이 영화를, 방구석1열의 대담을 길잡이 삼아 되짚어봅니다. 그 유명한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리뷰: 흩어진 영웅들, 모이는 스톤시빌 워의 내분으로 어벤져스가 갈라선 지 2년. 평화롭던 지구의 하늘에서 만신창이가 된 브루스 배너가 추락합니다. 그가 들고 온 소식은 경고였죠. 타노스 — 우주를 돌며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존재가 있..
인생에서 영화표를 콘서트 티켓팅하듯 구해본 건 2019년 4월이 처음이었습니다.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새로고침을 연타하고, 통로 옆 명당을 잡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입니다. 얼마 전 방구석1열의 엔드게임 편을 보다가 그 봄의 열기가 고스란히 되살아나 이 글을 씁니다. 시간여행 작전 정리와 제작 비하인드, 그리고 결말까지 담은 글이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절망에서 시작하는 피날레인피니티 워의 그 절망적인 손가락 튕김 이후. 우주를 표류하던 아이언맨은 캡틴 마블의 손에 구조되어 지구로 돌아옵니다. 남은 어벤져스는 은신처의 타노스를 급습해 순식간에 제압하지만, 돌아온 것은 더 깊은 허무입니다. ..
이터널스를 보고 나온 날, 저는 극장이 아니라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리뷰도 도슨트 — 미술관에서 작품을 해설하며 관람을 안내하는 사람 — 의 투어처럼 쓰려 합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를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 범지구적 캐스팅, 우주의 시작까지 확장한 세계관. 재료만 보면 걸작이 나와야 했던 이 영화가 왜 마블 최저 평점권의 혹평을 받았는지, 전시실을 하나씩 돌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터널스 리뷰: 미술관에 다녀온 기분이 든 이유전시 1관은 풍경화의 방입니다. 이 영화의 화면들은 상당수가 매직아워(magic hour) — 해가 뜨거나 지기 직전,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광이 도는 짧은 시간대 — 에 촬영되었습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