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의 고구마 전개에 속이 꽉 막히던 밤, 검색창에 이렇게 친 적이 있습니다 — "사이다 영화 추천". 악당이 벌 받기까지 스무 회를 기다려야 하는 드라마와 달리, 두 시간 안에 응징이 완불로 배송되는 영화가 필요했던 거죠. 그날 밤 알게 됐습니다. 한국 영화에는 '마동석'이라는 이름의 사이다 자판기가 있다는 걸. 성난황소는 그 자판기의 정석 상품입니다 — 아내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두 시간 동안 정산해주는 영화. 마동석, 송지효, 김성오의 이 액션을 결말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성난황소 리뷰: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주인공 동철(마동석)의 현재부터. 한때 주먹 세계에서 구르던 과거를 깨끗이 접고, 지금은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
어릴 적 할머니 집 안방 시렁 위에는 함부로 손대면 안 되는 단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쌀이 담긴 그 단지를 왜 만지면 안 되느냐 물으면, 할머니는 집을 지키는 분이 계신 거라고만 하셨죠. 신과함께: 인과 연을 보다가 그 단지가 떠올라 혼자 웃었습니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성주신이 바로 그 단지에 모셔진, 집을 지키는 신이거든요.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의 쌍천만 시리즈 2편이고, 차사들의 천 년 전 과거와 재판의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신과함께 인과 연 리뷰: 세 겹으로 엮인 이야기이야기는 1편의 엔딩에서 한 호흡도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저승 차사가 원귀를 데리고 저승을 공격한 초유의 사태 — 그 중심의 망자 김수홍을 두고 강림(하정우)이 염..
뭘 볼지 고르다 지치는 밤이 있습니다. OTT 목록을 삼십 분째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검색창에 세 글자를 치는 거죠. 마동석. 그의 영화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단골 백반집입니다. 메뉴판을 안 봐도 나올 반찬을 알고, 그 아는 맛이 실망시키는 법이 거의 없죠. 오늘은 그 백반집에서 두 끼를 연달아 먹은 기록 — 악인전과 동네사람들의 결말 포함 더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악인전 7점, 동네사람들 5점입니다.마동석 영화 추천: 아는 맛 백반집의 두 끼오늘의 두 끼는 결이 다릅니다. 악인전(2019)은 깡패와 형사와 연쇄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장르적 쾌감의 정식이고, 동네사람들(2018)은 시골 마을의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파 백반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같은 ..
2014년 가을, 저는 금요일 밤마다 케이블 앞을 지켰습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범죄자들을 풀어 더 나쁜 범죄자들을 잡는다는 간명한 설정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액션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한 물건이었죠. 그 애정으로 5년 만의 영화판을 추석 극장에서 봤고, 이 글은 그 배신감의 기록입니다.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이 나오는 결말 포함 혹평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이 블로그 최저점 타이인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나쁜 녀석들 더 무비 리뷰: 멀더 없는 X파일공정하게 원작 이야기부터. 드라마 나쁜 녀석들도 완전무결하진 않았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해외 작품에서 가져온 티가 났고, 캐릭터 역할 분담이 무너져 후반으로 갈수록 지능 담당은 병풍이 되고 반장님은 인상..
열여덟 무렵, 학원을 빼먹고 터미널 전광판을 한참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주머니엔 만 원 남짓.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을 것 같던 그 기분을, 영화 시동의 택일이 매표소에 던지는 한마디가 정확히 소환하더군요.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데가 어디예요.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의 웹툰 원작 코미디이고, 결말과 거석이형의 정체는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시동 영화 리뷰: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곳영화는 사고뭉치 이인방의 질주로 문을 엽니다. 오토바이 하나에 몸을 실은 열여덟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 폭주족에게 시비가 붙어 쫓아가다 돌아온 건 사고 하나와, 학원비로 오토바이를 샀다는 사실이 들통난 뒤 날아..
오후 6시 40분,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 들어서면서 저는 이미 기대와 걱정을 반반 갖고 있었습니다. 3편에서 아쉬웠던 타격감이 4편에서 돌아올지, 새로운 빌런이 강해상의 존재감을 넘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그 두 가지 걱정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대부분 해소됐습니다.백창기, 시리즈 최고의 몸을 가진 빌런영화는 2018년 필리핀에서 시작합니다. 다급하게 도망치는 남자를 빌런 백창기가 망설임 한 톨 없이 처리하는 장면인데, 저는 이 오프닝 2분 만에 이번 빌런의 결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뜨거운 사막의 전갈처럼 폭발적이고 충동적인 잔혹함을 가진 빌런이었다면, 백창기는 설산의 늑대에 가깝습니다. 차갑고 계산적이며, 움직임 자체에 군더더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