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40분,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 들어서면서 저는 이미 기대와 걱정을 반반 갖고 있었습니다. 3편에서 아쉬웠던 타격감이 4편에서 돌아올지, 새로운 빌런이 강해상의 존재감을 넘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그 두 가지 걱정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백창기, 시리즈 최고의 몸을 가진 빌런
영화는 2018년 필리핀에서 시작합니다. 다급하게 도망치는 남자를 빌런 백창기가 망설임 한 톨 없이 처리하는 장면인데, 저는 이 오프닝 2분 만에 이번 빌런의 결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뜨거운 사막의 전갈처럼 폭발적이고 충동적인 잔혹함을 가진 빌런이었다면, 백창기는 설산의 늑대에 가깝습니다. 차갑고 계산적이며, 움직임 자체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백창기를 연기한 김무열 배우의 캐스팅 이유를 마동석 배우가 직접 언급한 바 있는데, 연기력 외에도 이 수준의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드물어서 직접 제안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크린에서 보면 대역을 거의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일 만큼 동작이 날렵하고 유연합니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이 캐릭터의 움직임과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빌런의 존재감을 평가할 때 흔히 쓰이는 기준 중 하나가 카리스마(Charisma)인데, 여기서 카리스마란 단순히 무섭게 생겼다는 게 아니라 등장하는 순간 화면의 공기가 바뀌는 힘을 말합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백창기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 높은 빌런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거나 요란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서늘한 종류의 위협이었습니다.
특수부대·용병 출신 설정으로 무술 액션에 현실감을 부여
대역을 최소화한 실전형 액션 연기로 몰입도 극대화
차갑고 계산적인 캐릭터 결 — 강해상과 대비되는 서늘한 카리스마
오프닝 2분 안에 빌런의 위협감을 확실히 각인
요약: 백창기는 시리즈에서 몸을 가장 잘 쓰는 빌런으로, 설산의 늑대 같은 서늘한 카리스마가 강해상과는 결이 다른 위협을 만들어낸다.
액션, 드디어 돌아온 그 타격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돌비 시네마에서 보겠다는 결정이 이 정도로 옳은 선택일 줄은 몰랐습니다. 마석도 주먹이 꽂힐 때마다 소리로 얻어맞는 기분이라, 저도 모르게 허공에 주먹질을 따라 하고 있었습니다. 상영관 내 다른 관객들도 특히 큰 타격 장면에서 몸을 움찔하는 게 보였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범죄도시 4는 범죄도시 1·2편의 액션 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여기서 액션 감독이란 배우의 동작과 카메라 앵글을 조율해 싸움 장면 전체를 설계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 경력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마동석 배우의 설명에 따르면, 1·2편에서는 슬러거(Slugger) 타입의 복싱 스타일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슬러거란 체중과 힘을 최대한 실어 묵직한 단타를 날리는 파이팅 스타일로, 흔히 '한 방 파이터'라고도 불립니다. 3편에서는 이를 실전 복싱에 가깝게 바꿨고, 4편에서는 그 두 가지를 합치면서 타격의 무게감을 더 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3편에서는 일본도와 총기 등장으로 다채롭긴 했지만, 범죄도시 하면 떠오르는 직선적이고 폭발적인 근접 타격 액션의 비중이 줄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편은 그 균형을 되찾았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부분은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차이였고, 시리즈 팬이라면 분명히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돌비 시네마(Dolby Cinema) 상영관을 추천합니다. 돌비 시네마란 돌비 비전의 고화질 영상과 돌비 애트모스 입체 음향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영 포맷을 말하는데, 이 영화의 타격음과는 궁합이 특히 좋습니다.
요약: 허명행 감독의 연출로 1·2편의 묵직한 타격감이 완전히 돌아왔고, 돌비 시네마에서 보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장이수의 귀환과 두뇌 빌런의 아쉬움
중반부, 장이수가 등장하는 순간 극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파묘에서 입었던 코트를 그대로 입고 나온 걸 보고 저는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장면 하나가 극의 무게를 순식간에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장이수 같은 조연이 시리즈에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코믹 릴리프(Comic Relief)라는 요소가 있는데, 이는 극의 긴장감이 높을 때 유머를 삽입해 관객이 숨을 돌리게 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마석도의 말장난이 같은 기능을 하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장이수나 전작의 초롱이 같은 조연이 에너지와 표정으로 양념을 칠 때 그 효과가 훨씬 크다고 느낍니다. 마석도의 말장난은 이제 템포가 읽혀서 어느 정도 예측이 되거든요.
반면 이번 시리즈 최초의 두뇌형 빌런인 장동철은 기대에 비해 아쉬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IT 인재로 두각을 드러낸 인물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시스템 전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캐릭터입니다. 장동철을 잡기 위해 사이버 수사대와의 공조 수사가 이뤄지는 구조였는데, 솔직히 두뇌 대 두뇌의 긴장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이버 수사대와 장동철 모두 결국 마석도 액션의 배경 역할로 소모된 느낌이라, 이 설정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선한 그림을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4편에서는 마석도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서사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이 시도 자체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걸 알겠는데, 동시에 다른 국내 액션 영화들과 비슷한 맛이 되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이 서사가 전반부에 배치되면서 극 초반 텐션이 다소 처진다는 것도 솔직히 느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제작 예정인 만큼(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차별화 시도는 불가피하겠지만 그게 오히려 팬들이 기대하는 '아는 맛'과 멀어지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장이수의 코믹 릴리프는 여전히 발군이지만, 두뇌 빌런 장동철과 사이버 수사대는 기대에 못 미치게 소모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도시 4, 돌비 시네마에서 볼 만한가요?
A. 제 경험상 이 영화만큼은 확실히 볼 만합니다.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이 타격음을 입체적으로 전달해 주는데, 마석도 주먹이 꽂히는 순간마다 소리로 얻어맞는 느낌이 납니다. 일반관과의 차이가 꽤 크게 체감됩니다.
Q. 범죄도시 4 빌런, 이전 시리즈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A. 백창기가 시리즈 최고라는 평도 있고, 범죄도시 2 강해상의 폭발력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백창기가 몸을 쓰는 측면에서는 시리즈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서늘한 카리스마의 방향이 달라서 단순 비교보다는 취향의 차이에 가깝다고 봅니다.
Q. 범죄도시 3 안 봐도 4편 이해되나요?
A. 큰 줄기는 각 편이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어서 3편을 건너뛰어도 4편 관람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마석도 팀 구성원들과 장이수 같은 조연 캐릭터에 대한 친숙함이 있으면 개그 장면들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집니다.
Q. 범죄도시 4 스토리, 실제 사건 기반인가요?
A. 이번 4편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한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과 앱 개발자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 편 시의성 있는 범죄 유형을 소재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4편의 소재도 실제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있습니다(출처: 경찰청).
결론
밤 9시 20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집에 와서 일기 마지막 줄에 짧게 적었습니다. "이전 시리즈보다 재밌고, 가볍게 보기 좋다."
스토리의 큰 흐름이 전작들과 유사해 다음 전개가 읽히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게 이 시리즈의 한계라기보다는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공식의 부작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맛이지만, 맛있다는 말이 이 영화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시리즈의 타격감이 그리웠던 분이라면 4편이 그 갈증을 채워줄 것이고, 가능하면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