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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리뷰 (마동석, 공조수사, 사회적악)

Stv 2026. 9. 17. 10:33

목차


    뭘 볼지 고르다 지치는 밤이 있습니다. OTT 목록을 삼십 분째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검색창에 세 글자를 치는 거죠. 마동석. 그의 영화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단골 백반집입니다. 메뉴판을 안 봐도 나올 반찬을 알고, 그 아는 맛이 실망시키는 법이 거의 없죠. 오늘은 그 백반집에서 두 끼를 연달아 먹은 기록 — 악인전과 동네사람들의 결말 포함 더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악인전 7점, 동네사람들 5점입니다.



    마동석 영화 추천: 아는 맛 백반집의 두 끼

    오늘의 두 끼는 결이 다릅니다. 악인전(2019)은 깡패와 형사와 연쇄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장르적 쾌감의 정식이고, 동네사람들(2018)은 시골 마을의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파 백반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같은 주먹이 나오지만 겨누는 악의 종류가 달라서, 이어 보면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소비되는 두 가지 방식이 보입니다.

    악인전의 악은 이유 없이 찌르는 칼, 동네사람들의 악은 찔리는 걸 못 본 척하는 눈 — 두 영화를 관통하는 비교축은 이 한 줄입니다.

    악인전 결말: 깡패가 형사랑 악마를 잡는다

    비 내리는 밤, 인적 드문 길의 가벼운 접촉사고.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피해자에게 가해 차량의 남자가 묘한 말을 흘립니다. 그런데, 찍을 필요는 없을 텐데. 이유도 원한도 없는 살인 — 연쇄살인마 강경호(김성규)의 사냥 방식입니다. 뒤에서 살짝 박고, 내려서 사과하고, 상대가 방심한 순간에. 강력팀장 정태석(김무열)은 같은 칼, 같은 놈의 연쇄살인임을 직감하지만 윗선은 묵살하죠. 한편 경기 최대 조직의 두목 장동수(마동석)가 어느 밤 같은 방식의 습격을 당합니다.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 살인마와, 칼을 여러 방 맞고도 살아남은 조폭 두목 — 이 어이없는 조우가 영화의 판을 깝니다.

    병상에서 깨어난 동수는 라이벌 조직을 의심하다 곧 감을 잡습니다. 이 칼맛은 다르다, 이유도 감정도 없는 칼. 그리고 태석이 병실로 찾아와 이죽거리며 진실을 던지죠. 당신을 찌른 놈은 연쇄살인마고, 계속 죽일 거라고. 그렇게 성사되는 이 영화의 명물, 깡패와 형사의 공조. 먼저 잡는 쪽이 갖기로 하되 태석의 목표는 법정이고 동수의 목표는 제 손의 응징이라는 동상이몽의 동맹입니다. 조폭들이 발로 뛰고 형사가 수사망을 짜는 기묘한 협업, 우산을 빌려준 여고생에게 죽지 말라는 덕담을 듣는 살인마의 일상이 병렬로 흐르는 긴장 끝에 — 노래방의 검거, 그리고 그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죽이기 전까지 너 못 죽어. 붙잡는 건 동수의 주먹, 수갑을 채우는 건 태석입니다.

    진짜 승부는 법정입니다. 목격자는 다 없고 증거는 정황뿐이라며 웃는 경호 앞에, 수배 중이던 동수가 유일한 생존 피해자로 걸어 들어옵니다. 제 몸의 칼자국을 짚어가며 그날 밤을 재구성하고 결정적 물증까지 얹는 이 증언 장면은 — 그 증거의 출처가 떳떳하지만은 않다는 걸 관객은 압니다 — 사이다와 씁쓸함이 반반인 이 영화의 정점입니다. 경호에게는 사형이 선고되고, 동수는 약속대로 같은 교도소에 들어가며, 그 복도의 마지막 미소가 말합니다. 법의 바깥에 또 하나의 판결이 대기 중이라고. 통쾌하지만 곱씹으면 서늘한 결말이죠.

    점수는 7점. 삼파전 구도의 힘이 검증된 수작으로, 김무열은 능글과 집요를 오가며 파트너 자리를 제대로 채우고 김성규의 살인마는 신념도 사연도 없는 '순수한 재난'이라 오히려 무섭습니다. 수사 개연성의 헐거움과 급한 후반 속도가 흠이지만,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추진될 만큼 구도 자체의 매력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동네사람들 결말: 죽인 자보다 무서운, 눈감은 마을

    전직 복싱 챔피언 기철(마동석)은 제자의 승부조작에 항의하다 협회에서 제명되고, 여동생의 도움으로 시골 마을의 기간제 교사가 됩니다. 그런데 이 동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합니다. 여고생 수연이 실종된 지 오래인데 경찰은 서류 타령이고, 학교는 가출로 치부하고, 어른들은 동네 일에 관여 말라고 하죠. 실종된 절친을 찾아 혼자 뛰는 유진(김새론)만이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시끄러운 사람입니다.

    공납금이나 걷으라는 학교의 주문을 받은 기철이지만, 눈앞의 아이가 위험한데 눈감는 재주가 없는 남자입니다.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발견하고, 인기 많은 미술 교사 지성의 노트북에서 실종된 수연의 메시지를 보게 되면서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죠. 미성년자인 수연을 몰래 고용했던 술집, 그 사실이 새어 나갈까 입을 막으려던 지역 조폭, 그리고 그 조폭을 부리는 군수 후보 이사장 — 마을 전체가 한 아이의 실종 위에 담합의 이불을 덮고 있었던 겁니다. 수연을 해친 진범은 이사장의 아들, 바로 그 미술 교사 지성이었고, 순수하게 좋아했을 뿐이라는 그의 항변은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대사입니다.

    유진마저 납치되는 절정에서 기철의 주먹이 마침내 봉인 해제됩니다. 아들의 죄를 덮은 채 개표 방송 앞에서 웃던 이사장은 당선의 순간 들이닥친 기철의 응징과 함께 모든 비리가 까발려지고, 여고생 사건과 경찰 유착까지 연루된 당선자의 체포 뉴스로 영화는 닫힙니다. 점수는 5점. 죽인 자보다 눈감은 마을이 더 무섭다는 주제 의식은 유효하고 김새론의 분투도 좋지만, 전개가 투박하고 악역들이 평면적이라 주제의 무게를 연출이 못 받칩니다. 그래도 악인전과 이어 보면 흥미로운 대구가 생깁니다. 한쪽의 악은 이유 없이 찌르는 칼이고, 다른 쪽의 악은 찔리는 걸 못 본 척하는 눈이라는 것. 마동석의 주먹은 같은 속도로 날아가지만, 오래 남는 건 주먹이 아니라 그 질문들입니다.


    함께 궁금할 두 가지

    Q. 악인전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개봉 당시 실베스터 스탤론 측이 리메이크 판권을 확보해 할리우드 버전 제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고, 마동석이 그 버전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져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깡패·형사·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구도 자체가 언어를 넘어 통하는 상품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Q. 둘 중 한 편만 본다면 어느 쪽인가요?

    A. 오락적 완성도로는 악인전이 확실히 위입니다. 구도, 배우들의 합, 법정 클라이맥스까지 장르적 만족이 크죠. 동네사람들은 완성도보다 메시지로 남는 영화라, 통쾌함을 원하면 악인전을, 묵직한 뒷맛을 원하면 동네사람들을 고르시면 됩니다. 이 블로그의 시동, 백두산 리뷰와 함께 보시면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그려집니다.


    백반집 문을 나서며

    두 끼를 연달아 먹고 나온 소감은 이렇습니다. 단골 백반집의 미덕은 화려함이 아니라 오늘도 문이 열려 있다는 데 있다는 것. 어떤 날의 반찬은 유난히 훌륭하고(악인전), 어떤 날은 간이 아쉽지만(동네사람들), 숟가락을 들게 만드는 뚝심만은 한결같습니다.

    그러니 다음 결정장애의 밤에도 저는 아마 같은 세 글자를 검색할 겁니다. 그 검색창 앞의 동지들에게 이 글이 메뉴판이 되었길 바라며 —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5PdXElzGq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