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주선한 소개팅의 사전 브리핑은 늘 화려했습니다. 완전 상남자래, 자상하고 능력도 있대 — 그러나 몇 번의 실전을 거치며 배웠죠. 프로필은 참고 자료일 뿐, 검증은 실물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심은경, 이승기의 사극 로코 궁합은 그 교훈의 조선 왕실 버전입니다 — 사주단자 속 궁합 수치만 믿고 평생의 배필을 정해야 할 판이 된 옹주가 직접 발로 뛰는 실물 검증에 나서는 이야기. 관상, 명당과 함께 묶이는 역학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을 관람 포인트 중심으로 정리하며, 결말은 다루지 않으니 관람 전에 읽으셔도 좋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5점입니다.궁합 영화 리뷰: 서류 전형에 반기를 든 옹주주인공은 송화옹주(심은경)입니다. 궁 밖 생활을 접고 입궁하는 첫 장면부터 코미디가 돌죠 — 얼굴도 안..
어린 시절 동생과의 리모컨 쟁탈전이 휴전에 이르면 늘 같은 조약이 체결됐습니다 — 광고 때마다 채널을 바꿔가며 두 프로를 같이 보기. 결과는 늘 같았죠. 둘 다 줄거리를 놓쳐서, 둘 다 재미없어졌습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를 둘러싼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 리모컨입니다 — 추격 스릴러와 첫사랑 감성 영화 사이에서 영화가 제 손으로 채널을 돌리다 둘 다 놓쳤다는 것. 미리 밝혀두면 강동원과 배우들의 매력, 그것을 보러 간 감상은 온전히 정당하며 이 글의 혹평은 각본과 설계를 향합니다. 결말까지 다루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골든 슬럼버 영화 리뷰: 황금빛 낮잠의 역설이 영화를 다룬 원본 리뷰 — 독설의 걸작선 — 는 "주인공이 황금빛 낮잠을 자야 하는데 관객이 ..
야근을 마친 밤, 편의점 도시락의 비닐을 벗기다 문득 서러워진 적이 있습니다. 배는 채워지는데 허기는 그대로인 이상한 식사 — 그때는 몰랐는데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그 허기의 이름을 알았죠. 인스턴트 음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삶의 허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문소리 — 임순례 감독의 이 사계절 힐링 영화를 일본 원작과의 차이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자극적인 반전이 없는 영화라 줄거리를 알고 봐도 좋은 작품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리틀 포레스트 리뷰: 삶의 허기를 채우러 왔다주인공 혜원(김태리)의 귀향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준비한 임용고시 — 남자친구만 붙고 혼자 떨어졌죠. 자존심에 흠집이 난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를 진짜로 움직인 것은 도시 생활 내내 쌓여온 그..
자취하던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택배는 수령인을 남자 이름으로 쓰고, 현관엔 일부러 큰 남자 신발을 하나 둔다고 — 농담인 줄 알고 웃으려다 그 말을 하는 얼굴이 진지해서 멈췄습니다. 그것은 유난이 아니라 생활 수칙이었죠. 공효진 주연의 도어락은 그 수칙들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두 시간짜리 답안입니다. 개봉 당시 혼자 사는 관객들에게 "스릴러가 아니라 공포물"이라 불렸던 영화 — 결말과 범인까지 다루되 참혹한 세부는 걷어내고 쓰니 참고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도어락 리뷰: 덮개가 열려 있었다시작은 아주 작은 이상함입니다. 설 연휴의 오피스텔, 혼자 사는 은행 계약직 경민(공효진)이 퇴근해 마주한 제 집 도어락 — 덮개가 열려 있습니다. 지문 자국을 닦고 비밀번호를 ..
주말드라마의 고구마 전개에 속이 꽉 막히던 밤, 검색창에 이렇게 친 적이 있습니다 — "사이다 영화 추천". 악당이 벌 받기까지 스무 회를 기다려야 하는 드라마와 달리, 두 시간 안에 응징이 완불로 배송되는 영화가 필요했던 거죠. 그날 밤 알게 됐습니다. 한국 영화에는 '마동석'이라는 이름의 사이다 자판기가 있다는 걸. 성난황소는 그 자판기의 정석 상품입니다 — 아내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두 시간 동안 정산해주는 영화. 마동석, 송지효, 김성오의 이 액션을 결말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성난황소 리뷰: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주인공 동철(마동석)의 현재부터. 한때 주먹 세계에서 구르던 과거를 깨끗이 접고, 지금은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
전개가 산으로 가는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한 적이 있습니다. 하차의 명분은 매회 쌓이는데 손가락이 다음 화를 누르던 이유는 단 하나 — 주연 배우의 얼굴이었죠. 스토리가 하다 만 일을 비주얼이 마무리 짓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현빈, 장동건의 조선 좀비 액션 창궐을 소개한 원본 리뷰의 제목이 그 심리를 정확히 요약합니다 — "다 필요없고 잘생겼다." 이 글도 그 솔직함을 따릅니다. 영화의 설계에는 혹평을, 현빈의 얼굴과 칼끝에는 정당한 감탄을 — 그 비주얼을 보러 간 관객의 선택은 온전히 유효합니다. 결말까지 담았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5점입니다.창궐 리뷰: 조선에 수입된 야귀이야기는 제물포 앞바다의 이양선에서 시작합니다. 배를 기습해 총기를 약탈하려던 병사들이 배 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