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동물원에서 미동도 없는 호랑이를 한참 보다가 아빠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거 인형 아니야? 그날의 의심이 영화가 됐다면 아마 이런 모양일 겁니다. 해치지않아는 그 농담을 아예 사업 모델로 만들어버린 코미디입니다. 극한직업을 만든 제작사의 후속작이고, 안재홍과 강소라가 동물 탈을 뒤집어씁니다. 결말의 구체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해치지않아 리뷰: 동물 없는 동물원의 개장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로펌의 만년 수습 태수(안재홍)가 정직원 전환을 조건으로 망해가는 동물원 '동산파크'의 회생 미션을 떠안는데, 가서 보니 동물원에 정작 동물이 없습니다. 돈 되는 동물들은 이미 팔려 나간 뒤였죠. 궁지에 몰린 태수와 사육사들이 ..
오늘 합평회 — 여러 사람이 한 작품을 함께 읽고 평을 나누는 문예창작 수업의 전통 — 에 올리는 작품은 '장르만 로맨스'입니다. 7년째 한 줄도 못 쓴 소설가가 주인공인 영화라, 발제문 형식으로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시사회에서 먼저 읽고 왔고, 이 작품은 개봉 하루 만에 이터널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합평회 규칙에 따라 결말 낭독은 생략하니, 스포일러 걱정 없이 읽으셔도 됩니다.장르만 로맨스 후기: 합평회에 올리는 발제문주인공 설정부터 발제합니다. 7년째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가 김현(류승룡)은 요즘 낚시로 소일하는 중입니다. 출판사 대표이자 절친인 순모가 "투자자들 난리 났다, 밑에서 젊은 애들이 치고 올라온다"며 들들 볶아도 요지부동이던 그가, 스승의 부고 소식에 부랴부랴 달..
여장 코미디가 재밌을 수 있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스타 기장 한정우의 나락 전개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깔리느냐에 따라, 여장이라는 무리수가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절박함이 먼저였습니다 — 웃음 이전에 깔리는 나락의 맥락여장 코미디를 볼 때 제가 항상 먼저 보는 건 "이 캐릭터가 왜 여자 옷을 입어야만 하는가"입니다. 그 납득이 안 되면 웃음이 아니라 불쾌함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은 초반 설계가 꽤 영리했습니다.한정우는 방송까지 진출한 스타 파일럿입니다. 기장(機長), 즉 항공기 전체의 운항 책임을 지는 최고 직책까지 오른 인물이죠. 그런 그가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녹음·유출되면서 하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