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볼지 고르다 지치는 밤이 있습니다. OTT 목록을 삼십 분째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검색창에 세 글자를 치는 거죠. 마동석. 그의 영화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단골 백반집입니다. 메뉴판을 안 봐도 나올 반찬을 알고, 그 아는 맛이 실망시키는 법이 거의 없죠. 오늘은 그 백반집에서 두 끼를 연달아 먹은 기록 — 악인전과 동네사람들의 결말 포함 더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악인전 7점, 동네사람들 5점입니다.마동석 영화 추천: 아는 맛 백반집의 두 끼오늘의 두 끼는 결이 다릅니다. 악인전(2019)은 깡패와 형사와 연쇄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장르적 쾌감의 정식이고, 동네사람들(2018)은 시골 마을의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파 백반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같은 ..
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
며칠 전 새벽 두 시, 차 한 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저는 빨간불을 지키며 서 있었습니다. 건너편에도 사람이 없는데 그냥 서 있었어요. 서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원칙인가, 습관인가, 아니면 그냥 겁인가. 경관의 피를 보고 나서 그 새벽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가 두 시간 내내 묻는 게 정확히 그 질문이거든요. 정의를 행하는 손은 깨끗해야 하는가. 조진웅과 최우식이 그 질문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영화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아래부터는 결말까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경관의 피 리뷰: 유리지갑 반장의 벤츠신참 경찰 민재(최우식)는 동료가 용의자에게 과한 폭력을 쓴 사건에서, 같은 식구를 덮어주는 대신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는 인물입니다. 정의로운 건지 아직 어린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