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
며칠 전 새벽 두 시, 차 한 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저는 빨간불을 지키며 서 있었습니다. 건너편에도 사람이 없는데 그냥 서 있었어요. 서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원칙인가, 습관인가, 아니면 그냥 겁인가. 경관의 피를 보고 나서 그 새벽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가 두 시간 내내 묻는 게 정확히 그 질문이거든요. 정의를 행하는 손은 깨끗해야 하는가. 조진웅과 최우식이 그 질문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영화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아래부터는 결말까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경관의 피 리뷰: 유리지갑 반장의 벤츠신참 경찰 민재(최우식)는 동료가 용의자에게 과한 폭력을 쓴 사건에서, 같은 식구를 덮어주는 대신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는 인물입니다. 정의로운 건지 아직 어린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