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간 야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뒤 펜스에 매달려 선수들을 향해 공책을 흔들던 기억이 있습니다. 끝내 사인은 받지 못했지만 그날의 간절함만은 아직 선명하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보다가 그 펜스 앞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어린 주인공이 아픈 몸으로 동대구까지 내려가는 이유가 바로 그 사인볼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가족 영화이고, 이 글은 후반의 반전과 결말을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힘을 내요 미스터 리 리뷰: 카리스마를 벗은 차승원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이력부터 짚고 갑니다. 마약 조직의 보스, 북한군 장교, 경찰을 갖고 노는 천재까지 — 카리스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얼..
2014년 가을, 저는 금요일 밤마다 케이블 앞을 지켰습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범죄자들을 풀어 더 나쁜 범죄자들을 잡는다는 간명한 설정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액션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한 물건이었죠. 그 애정으로 5년 만의 영화판을 추석 극장에서 봤고, 이 글은 그 배신감의 기록입니다.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이 나오는 결말 포함 혹평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이 블로그 최저점 타이인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나쁜 녀석들 더 무비 리뷰: 멀더 없는 X파일공정하게 원작 이야기부터. 드라마 나쁜 녀석들도 완전무결하진 않았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해외 작품에서 가져온 티가 났고, 캐릭터 역할 분담이 무너져 후반으로 갈수록 지능 담당은 병풍이 되고 반장님은 인상..
명절 연휴의 극장에는 이상한 관대함이 흐릅니다. 가족들 손잡고 우르르 들어가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영화도 명절이니까 하며 표를 끊게 되죠. 국제수사는 정확히 그 관대함을 겨냥해 추석에 도착한 영화였습니다. 곽도원 주연의 필리핀 배경 코미디 수사극이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관대함의 한도를 시험한 영화였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만, 읽고 나면 아마 보실 마음이 줄어들 겁니다.국제수사 리뷰: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췄는데이 영화, 운은 좋았습니다. 개봉 전 각종 예능을 돌며 홍보란 홍보는 다 했고,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경쟁작이 드문 시기라는 행운까지 따랐죠.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