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문콕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범퍼의 흠집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와이퍼에 끼워져 있던 쪽지였어요. 죄송합니다, 연락 주세요 — 삐뚤빼뚤한 글씨의 그 한 줄이 고마워서 수리비를 반만 받았습니다. 뺑반은 그 쪽지를 남기지 않고 떠난 사람들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의 추격극이고, 이 글은 결말을 적지 않은 리뷰이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5점입니다.뺑반 리뷰: 좌천된 에이스와 감식의 귀재주인공 은시연(공효진)은 원래 경찰 특수본의 에이스였습니다. 재벌 정재철(조정석)과 경찰 수뇌부의 유착 — 돈가방이 오갔고 그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가 존재한다는 — 을 캐다가,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독 행동이 문제가 되어 징계를 ..
제게도 아무짝에 쓸모없다고 놀림받던 특기가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매듭법. 인생에서 그게 빛난 순간은 이삿날 트럭 짐을 묶을 때 단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의 뿌듯함을 아직 기억합니다. 엑시트는 그 뿌듯함을 도시 전체 스케일로 키운 영화입니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유독가스에 잠긴 도심을 맨몸으로 탈출하는 재난 코미디이고,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엑시트 영화 리뷰: 쓸모없던 특기의 반격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 공원 철봉에 매달려 있는 남자, 용남(조정석).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그 경력은 이력서 어느 칸에도 못 들어가고, 취업은 번번이 낙방, 동네 꼬마들에게는 유명인사요 조카에게는 ..
여장 코미디가 재밌을 수 있다고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스타 기장 한정우의 나락 전개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깔리느냐에 따라, 여장이라는 무리수가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절박함이 먼저였습니다 — 웃음 이전에 깔리는 나락의 맥락여장 코미디를 볼 때 제가 항상 먼저 보는 건 "이 캐릭터가 왜 여자 옷을 입어야만 하는가"입니다. 그 납득이 안 되면 웃음이 아니라 불쾌함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은 초반 설계가 꽤 영리했습니다.한정우는 방송까지 진출한 스타 파일럿입니다. 기장(機長), 즉 항공기 전체의 운항 책임을 지는 최고 직책까지 오른 인물이죠. 그런 그가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녹음·유출되면서 하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