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터 하나 해야겠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하던 청년을 피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 적이 있습니다.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을 돌렸던 그 몇 초를, 저는 영화 증인을 보는 내내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변론이 정확히 그 몇 초를 겨냥하거든요. 정우성과 김향기가 나오는 법정 드라마이고 결말과 반전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증인 영화 리뷰: 증인석에 선 소녀이야기는 한 사망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홀로 살던 노인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가사도우미 오미란(염혜란)이 살인 혐의로 기소됩니다. 미란은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라 주장하고, 검찰의 유일한 증거는 옆집에서 그..
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
어릴 때부터 '만약에'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만약에 임진왜란 때 조선에 기관총이 있었다면, 만약에 내가 그때 그 학원을 안 갔다면. 영화판에서는 이 놀이를 What if, 가상 역사물이라 부르죠. 강철비2 정상회담은 국가 단위의 만약에 놀이입니다. 만약에 남·북·미 평화협정 서명 직전에 쿠데타가 터지고 세 정상이 통째로 핵잠수함에 갇힌다면.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그 만약에를 연기하는 영화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강철비2 정상회담 리뷰: 국가 단위의 만약에 놀이이 영화의 규칙부터. 시대 배경과 국제 정세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그대로 가져오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만 가상의 시나리오로 써 내려갑니다. 마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