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우리 집에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각자의 증명사진은 서랍마다 있는데 넷이 같이 찍은 것은 빛바랜 돌잔치 액자가 마지막 — 그래서 어느 명절에 어색함을 무릅쓰고 사진관엘 갔죠.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다가 그 사진관의 공기가 떠오른 장면이 있습니다.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한지민이 만든 이 가족 영화의 심장이 바로 그 장면에 있거든요. 어머니의 비밀이 드러나는 지점까지만 다루고 결말은 접어둔 리뷰이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그것만이 내 세상 리뷰: 17년 만의 재회, 처음 만난 동생주인공 조하(이병헌)의 현재부터. 한때 WBC 웰터급 챔피언까지 지냈던 그는 이제 만화방에 더부살이하며 스파링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신세입니다. 그마..
명절 밤이면 친척 어른들의 고스톱 판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곤 했습니다. 판돈이라야 백 원짜리 동전 무더기였지만, 어린 눈에도 신기했던 건 패가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큰이모부는 좋은 패가 들어오면 헛기침을 했고 작은삼촌은 고민할 때 꼭 다리를 떨었죠.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주인공이 밥벌이하는 방식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 패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것. 박정민과 류승범의 타짜 3편이고, 이 글은 중반의 큰 판 직전까지만 다루며 결말은 적지 않았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타짜 원 아이드 잭 리뷰: 화투에서 포커로타짜 3편은 판부터 갈아엎습니다. 화투장이 오가던 시리즈의 무대가 이번엔 포커 테이블입니다. 주인공은 도일출(박정민). 공무원 시험 준비생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하우스를 전전하는 ..
열여덟 무렵, 학원을 빼먹고 터미널 전광판을 한참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주머니엔 만 원 남짓.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을 것 같던 그 기분을, 영화 시동의 택일이 매표소에 던지는 한마디가 정확히 소환하더군요.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데가 어디예요.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의 웹툰 원작 코미디이고, 결말과 거석이형의 정체는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시동 영화 리뷰: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곳영화는 사고뭉치 이인방의 질주로 문을 엽니다. 오토바이 하나에 몸을 실은 열여덟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 폭주족에게 시비가 붙어 쫓아가다 돌아온 건 사고 하나와, 학원비로 오토바이를 샀다는 사실이 들통난 뒤 날아..
고백하자면 저는 영화에서 옥의 티를 찾아내는 재미로 보는 부류입니다. 시계 방향이 바뀌어 있다든가, 컵의 물 높이가 오락가락한다든가. 그런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제작 비하인드를 파고들다가 완패를 인정했습니다. 제가 옥의 티라고 확신했던 장면이 알고 보니 치밀한 의도였거든요.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이 만든 이 추격극의 촬영 뒷이야기들을 정리했습니다. 줄거리 언급이 있으니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은 관람 후에 읽으시길 권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비하인드 총정리: 옥의 티 사냥 완패기영화부터 짧게. 신세계에서 브라더였던 황정민과 이정재가 7년 만에 지독한 적으로 재회한 추격극입니다. 마지막 청부 임무를 끝내고 파나마로 떠나려던 인남(황정민)이 방콕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또 눈물 짜내는 가족 영화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손수건을 꺼낸 게 두 번이었습니다. 영화 기적(2021)은 실제로 존재하는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기차역 하나 없는 산골 마을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흔드는지, 제가 겪은 그 두 시간을 풀어보겠습니다.기적 영화 리뷰: 양원역 실화가 쌓아 올린 온기의 정체영화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은 실존합니다. 경북 산골 마을 주민들이 기차역도 없이 왕복 다섯 시간을 선로 위로 걸어 다니다 직접 역을 만든 곳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가 안 해주니까 마을이 직접 해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실화라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무게를 더합니다.영화는 이 실화 위에 수학 천재 고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