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혀가 기억하는 분식집이 하나쯤 있습니다. 제 경우엔 학교 앞 지하상가의 라면집이었는데, 훗날 일부러 찾아갔더니 가게는 사라지고 휴대폰 매장이 들어서 있더군요. 내안의 그놈의 첫 장면에서 그 헛헛함이 겹쳐 보였습니다. 고급 양복의 사내가 낡은 분식집을 찾아가 라면 맛이 옛날 같지 않다고 투덜대는 장면 — 그가 찾던 건 라면이 아니라 그 라면을 끓여주던 사람이었다는 걸 영화는 천천히 알려줍니다. 박성웅, 진영, 라미란의 영혼 체인지 코미디이고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내안의 그놈 리뷰: 뒤바뀐 영혼의 소동주인공 장판수(박성웅)는 조폭 출신의 사업가입니다.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를 몰아내는 일에 부하들을 보내고, 국밥집 사장 소리를 듣던 시..
명절 연휴의 극장에는 이상한 관대함이 흐릅니다. 가족들 손잡고 우르르 들어가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영화도 명절이니까 하며 표를 끊게 되죠. 국제수사는 정확히 그 관대함을 겨냥해 추석에 도착한 영화였습니다. 곽도원 주연의 필리핀 배경 코미디 수사극이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관대함의 한도를 시험한 영화였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만, 읽고 나면 아마 보실 마음이 줄어들 겁니다.국제수사 리뷰: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췄는데이 영화, 운은 좋았습니다. 개봉 전 각종 예능을 돌며 홍보란 홍보는 다 했고,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경쟁작이 드문 시기라는 행운까지 따랐죠.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모든 ..
우리 집은 벽이 얇습니다. 옆집 부부가 무슨 예능을 보는지, 몇 시에 세탁기를 돌리는지 대충 알아요.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닌데도 어느새 옆집의 생활 리듬이 몸에 입력되어 있는 게 우습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는데, 영화 이웃사촌을 보다가 그 기분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듣다 보면, 정이 듭니다. 정우와 오달수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도청 코미디 이야기이고, 결말은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이웃사촌 영화 리뷰: 벽 하나 사이의 시놉시스대선을 앞두고 3년 만에 귀국한 야당 총재 의식(오달수)은 공항에서 곧장 가택연금에 들어갑니다. 집은 군경으로 둘러싸이고 기자도 접근 불가. 명목은 연금이지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니 사실상 감옥입니다. 그리고 그 담장을 유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