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우리 아파트의 새벽, 어디선가 "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집 TV 소리였죠 — 그런데 그 10초짜리 소리에 윗집 불이 켜지고, 옆 동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는 벌써 관리실에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현실의 아파트란 그런 곳입니다.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귀가 모여 사는 공간.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목격자를 둘러싼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 상식에 있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 글의 혹평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긴 감상이 아니라 각본의 공정을 향하고, 영화 도입부의 설정 논란을 다루는 글이라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5점입니다.목격자 리뷰: 눈이 마주친 밤목격자는 제작비 70억 원의 상업 스릴러입니다. 새벽에 귀가해 맥주를 마시던 가장 상훈(이성..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물려받던 날을 기억합니다. 비싼 물건도 아닌데 손목에 차는 순간 이상하게 자세가 발라졌죠. 시계란 시간을 가리키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을 품는 물건이라는 걸 그때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영화 공작의 마지막 장면에 손목시계 하나가 등장합니다 — 그 시계가 왜 두 남자의 10년을 통째로 요약하는지, 이 글은 그 답을 향해 갑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의 이 첩보극은 총성 대신 말과 눈빛으로 싸우는 영화이고, 믿기 어렵게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공작 영화 리뷰: 총성 없는 침투영화는 안대를 쓴 채 신문당하는 한 남자에서 시작합니다. 자백제까지 동원된 심문 — 그는 암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또 눈물 짜내는 가족 영화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손수건을 꺼낸 게 두 번이었습니다. 영화 기적(2021)은 실제로 존재하는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기차역 하나 없는 산골 마을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흔드는지, 제가 겪은 그 두 시간을 풀어보겠습니다.기적 영화 리뷰: 양원역 실화가 쌓아 올린 온기의 정체영화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은 실존합니다. 경북 산골 마을 주민들이 기차역도 없이 왕복 다섯 시간을 선로 위로 걸어 다니다 직접 역을 만든 곳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가 안 해주니까 마을이 직접 해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실화라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무게를 더합니다.영화는 이 실화 위에 수학 천재 고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