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숙박업소에 들어가면 콘센트 구멍을 괜히 한 번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불법 촬영이라는 범죄가 우리 일상에 심어둔 불안이죠. 그래서 먼저 분명히 적습니다. 이 범죄는 실재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사회적 죽음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으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라미란과 이성경의 걸캅스는 바로 그 의제를 정면에 내건 영화였고, 이 글의 비판은 그 의제가 아니라 의제를 담은 그릇 — 영화의 전달 방식과 완성도 — 를 향합니다.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본 분들의 감상도 정당하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요. 원본 리뷰어는 0점을 매겼지만 제 점수는 배우들의 몫을 반영한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 결말 언급 있는 리뷰이니 참고하세요.걸캅스 리뷰: 민원실의 시누이와 올케박미영(라미란..
누구에게나 혀가 기억하는 분식집이 하나쯤 있습니다. 제 경우엔 학교 앞 지하상가의 라면집이었는데, 훗날 일부러 찾아갔더니 가게는 사라지고 휴대폰 매장이 들어서 있더군요. 내안의 그놈의 첫 장면에서 그 헛헛함이 겹쳐 보였습니다. 고급 양복의 사내가 낡은 분식집을 찾아가 라면 맛이 옛날 같지 않다고 투덜대는 장면 — 그가 찾던 건 라면이 아니라 그 라면을 끓여주던 사람이었다는 걸 영화는 천천히 알려줍니다. 박성웅, 진영, 라미란의 영혼 체인지 코미디이고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내안의 그놈 리뷰: 뒤바뀐 영혼의 소동주인공 장판수(박성웅)는 조폭 출신의 사업가입니다.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를 몰아내는 일에 부하들을 보내고, 국밥집 사장 소리를 듣던 시..
선거철 시장 골목에서 후보와 악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두 손으로 제 손을 감싸 쥐고 눈을 맞추며 웃는데, 집에 오는 길 내내 궁금했어요. 저 미소는 몇 퍼센트가 진짜일까. 정직한 후보는 그 궁금증에 저주로 답하는 영화입니다. 만약 저 사람이 내일부터 진실만 말하게 된다면.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가 그 대참사를 연기하는 코미디이고,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정직한 후보 리뷰: 미소의 진실 함량주인공 주상숙(라미란)은 3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이자 이미지 연출의 장인입니다. 대중 앞에 나서기 전 고급 구두를 허름한 검은 구두로 갈아 신고, 그것도 모자라 일부러 밟아 때를 입히는 디테일. 사무실에선 미소 한번 없던 사람이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