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3주 차의 밤 11시, 배달 앱을 켠 손가락 위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 적이 있습니다. 먹어, 치킨은 살 안 쪄 — 참아, 3주가 아깝지 않냐. 결국 반반 무 많이로 협상이 타결되던 그 밤 깨달았죠. 내 안에도 베놈이 산다는 걸. 영화 베놈은 그 내적 사투를 외계 생명체와의 동거로 바꿔놓은 이야기입니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사사건건 참견하는데, 가끔은 이상하게 든든한 또 하나의 나 — 톰 하디의 이 안티히어로 영화를 결말과 쿠키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베놈 리뷰: 루저에게 찾아온 외계인이야기는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를 싣고 돌아오던 라이프사의 우주선이 추락하면서 시작됩니다. 수거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라지는데, 이 녀석은 사람..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국어사전을 받았습니다. 벽돌만 한 두께에 손가락이 미끄러지던 얇은 종이,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 왠지 어른이 된 것 같던 기분. 그 사전이 책장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는 걸 잊고 살다가, 영화 말모이를 보고 나서야 다시 꺼내 먼지를 닦았습니다. 이 흔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겐 목숨과 바꾼 물건이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유해진과 윤계상이 나오는 이 영화의 결말과 실제 역사까지 담은 리뷰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말모이 영화 리뷰: 까막눈과 사전배경은 일제의 탄압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0년대입니다.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입학도 취직도 막히던 창씨개명의 시절, 일제는 민족의 근간인 말과 글을 지우기 위해 조선어 사용 자체를 금지해갑니다. 그 시대의 경성에 까막눈..
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