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 안방에는 자개 장롱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그 문이 밤에 조금이라도 벌어져 있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틈을 안 보려고 애를 썼죠. 닫아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 앞까지 가는 게 무서웠던 밤들. 클로젯은 정확히 그 유년의 공포를 겨냥한 영화입니다. 하정우와 김남길이 옷장 너머의 어둠과 마주하는 오컬트이고, 이 글은 결말과 원혼의 정체까지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클로젯 리뷰: 닫아도 다시 열리는 문이야기는 한 부녀의 이사로 시작합니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하정우)은 어린 딸 이나를 데리고 외딴 새집으로 들어옵니다. 아내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 일 때문에 늘 바빴던 아빠, 그리고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딸. 유일한 혈육인..
일요일 오후의 TV 명화극장에서 더 록과 아마겟돈을 보며 자란 세대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초록 구슬을 든 채 벌벌 떨던 얼굴을 수십 번씩 돌려 본 세대. 그래서 백두산을 보는 내내 저는 이상한 기시감에 시달렸습니다. 처음엔 오마주인가 했는데, 보다 보니 아니었어요. 이 글은 그 기시감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이고,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백두산 영화 리뷰: 이상한 기시감의 정체줄거리부터 깔겠습니다. 백두산이 분화해 한반도가 흔들리고, 마지막 대폭발을 막을 방법은 하나 — 북한의 핵무기를 확보해 백두산 탄광 갱도에서 터뜨려 마그마방의 압력을 빼는 것. 폭발물 해체반 출신으로 전역을 코앞에 둔 조인창 대위(하정우)가 작전에 끌려가고, 핵..
"아이고 우리 강프로, 식사는 잡쒔어?" 주말 하루를 통째로 비우고 넷플릭스 수리남 6부작을 달리는 동안, 저는 수첩에 명대사를 받아 적고 있었습니다.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홍어 잡으러 지구 반대편까지 간 가장, 그리고 그 사이에 낀 국정원 작전.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실화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나면, 6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넷플릭스 수리남 리뷰: 주말 하루를 통째로 삼킨 6부작수리남은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을 무대로, 홍어 수출 사업을 하러 갔다가 마약 조직의 누명을 쓴 민간인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언더커버 작전에 투입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언더커버(undercover)란 신분을 숨기고 범죄 조직 내부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검거를 유도하는 위장 작전을 말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