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의 1편을 극장에서 본 뒤로 20년, 저는 이 시리즈의 오래된 동창입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저에게 영화라기보다 동창회 초대장이었고, 극장을 나서며 방명록을 적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페이즈4의 마블을 걱정하며 들어갔다가, 그 걱정을 비웃는 최고의 모습을 보고 나왔습니다. 이 글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안 보셨다면 아무 걱정 없이 즐기러 가신 뒤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 정체가 폭로된 세계는 룰대로 작동한다이야기는 파 프롬 홈의 마지막에서 곧장 이어집니다. 정체가 폭로된 히어로가 맞닥뜨리는 최악의 상황을, 영화는 놀랄 만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집 위에는 헬기가 떠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미스테리오를 추앙하는 무리는 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때우기용으로 골랐습니다. 게임 원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어차피 게임 팬들 위한 팬서비스 아니냐"는 말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프닝 5분 만에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제작비 1,500억 원짜리 액션 어드벤처 《언차티드》,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빨랐습니다.언차티드 오프닝이 이미 물건이었던 이유영화는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구조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인 메디아스 레스란 사건의 한가운데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서사 기법으로, 고대 서사시에서부터 쓰여 온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원인 설명 없이 결과 한복판부터 던져놓는 것인데, 이 영화는 그걸 아주 물리적으로 구현합니다. 푸른 하늘, 비행기에서 쏟아지는 화물들, 그 사이에서 매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