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도 아무짝에 쓸모없다고 놀림받던 특기가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매듭법. 인생에서 그게 빛난 순간은 이삿날 트럭 짐을 묶을 때 단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의 뿌듯함을 아직 기억합니다. 엑시트는 그 뿌듯함을 도시 전체 스케일로 키운 영화입니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유독가스에 잠긴 도심을 맨몸으로 탈출하는 재난 코미디이고,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엑시트 영화 리뷰: 쓸모없던 특기의 반격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 공원 철봉에 매달려 있는 남자, 용남(조정석).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그 경력은 이력서 어느 칸에도 못 들어가고, 취업은 번번이 낙방, 동네 꼬마들에게는 유명인사요 조카에게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또 눈물 짜내는 가족 영화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손수건을 꺼낸 게 두 번이었습니다. 영화 기적(2021)은 실제로 존재하는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기차역 하나 없는 산골 마을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흔드는지, 제가 겪은 그 두 시간을 풀어보겠습니다.기적 영화 리뷰: 양원역 실화가 쌓아 올린 온기의 정체영화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은 실존합니다. 경북 산골 마을 주민들이 기차역도 없이 왕복 다섯 시간을 선로 위로 걸어 다니다 직접 역을 만든 곳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가 안 해주니까 마을이 직접 해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실화라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무게를 더합니다.영화는 이 실화 위에 수학 천재 고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