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저는 이 관람기를 기상 관측 일지로 쓰기로 했습니다.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의 영화니까, 예보와 실황을 대조하는 방식이 어울릴 테니까요. 예보는 맑음이었고 실황은 보슬비였다는 게 결론입니다. 이 글에는 편지의 반전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반전을 아끼고 싶은 분은 관람 후에 펼쳐주시기 바랍니다.비와 당신의 이야기 리뷰: 기상 관측 일지를 폅니다관측 1일 차, 예보. 강하늘과 천우희와 강소라, 이 모으기 힘든 조합이 한 스크린에 모인다는 소식만으로 저의 기대 강수확률은 90퍼센트였습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관측 2일 차, 실황. 2003년 봄, 삼수를 결심한 영호(강하늘)의 잿빛 일상이 무대입니다.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얻어먹으며..
제작비 130억 원, 전작 860만 관객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화 . 오프닝에서 갤리온선을 몰고 등장하는 파마머리 해랑을 보자마자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 영화가 고증보다 판타지를 선택했다는 걸 첫 장면에서 대놓고 선언하고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습니다.해적 도깨비 깃발 개연성: 이 배는 처음부터 구멍이 나 있었다여말선초(麗末鮮初), 그러니까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인데, 해랑(한효주)이 타고 다니는 갤리온선(Galleon)이 등장합니다. 갤리온선이란 15~17세기 유럽에서 활약한 대형 범선으로, 콜럼버스가 1492년 바하마에 도착할 때 탔던 선박보다도 한 세대 뒤에 나온 배입니다. 영화 배경이 15세기 초임을 감안하면 시대가 100년 가까이 어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