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따고 처음 고속도로 진입로에 올라선 날을 기억합니다. 가속 차선에서 페달을 밟자 계기판 바늘이 낯선 영역으로 넘어가던 순간 — 무섭고, 시끄럽고,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죠. 시속 100킬로미터의 초보에게도 그랬으니 시속 300킬로미터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심장은 어떤 모양일까요. 포드 V 페라리는 그 심장을 두 시간 반 동안 관객의 가슴에 이식하는 영화입니다. 원본 리뷰어의 경고가 재밌습니다.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지만, 자동차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람을 재고하라고 —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수 있으니까.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실화 드라마이고,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포드 V 페라리 리뷰: 자존심이 시동을 걸다
제목만 보고 걱정했습니다. 포드의 드라이버와 페라리의 드라이버가 으르렁대다 결승선에서 승부를 내는 양산형 라이벌물이 아닐까 하고. 기우였습니다. 이 영화는 레이싱 영화이자 버디 영화이자, 삶을 대하는 두 태도가 부딪히는 드라마입니다(출처: IMDb — Ford v Ferrari).
시작은 1960년대, 매출 감소에 시달리던 포드입니다. 전후 세대에게 포드는 촌스럽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건 '언제나 이긴다'는 승리의 상징 페라리라는 진단 — 마침 재정난의 페라리를 인수하려던 협상은 그러나 파국으로 끝납니다. 레이싱 출전 결정권을 포드가 쥔다는 조항에 엔초 페라리가 계약서를 덮으며 던진 결정타. 당신네 보스는 헨리 포드가 아니라, 헨리 포드 2세에 불과하다. 하루에 페라리의 1년 치 생산량을 찍어내는 공룡의 자존심이 장인의 공방에게 긁힌 순간, 회장은 명령합니다. 얼마가 들어도 좋다, 르망에서 페라리를 꺾을 차를 만들어라.
그렇게 미국인 최초의 르망 우승자 캐롤 셸비(맷 데이먼)가 영입되고, 셸비는 한 남자를 지목합니다.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빈털터리 정비소 주인 주제에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고 오랜 친구에게도 공구를 집어 던지는 성격이지만, 차를 읽는 귀와 발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정확한 드라이버죠. 전반부의 뜻밖의 재미는 '기름냄새'입니다. 레이싱의 연속일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 영화는 이길 수 있는 차를 만들어가는 과정 — 끝없이 부수고 바꾸고 재설계하는 완벽주의자들의 시간 — 을 공들여 찍습니다. 그러나 첫 르망에 켄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포드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의 배제, 그리고 완패. 격노한 회장 앞에서 셸비가 꺼낸 화법이 진가입니다. 문제는 산적했지만 뮬산 직선주로에서 포드는 페라리를 넘어서는 속도를 보였고, 그 순간 엔초 페라리는 식은땀을 흘렸을 거라고. 상대가 듣고 싶은 문장을 정확히 고르는 수완으로 셸비는 켄을 되찾아오고, 두 사람은 데이토나 24시 우승으로 응답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르망입니다.
실화 결말: 도둑맞은 우승과 모자를 벗은 남자
르망 24시를 그린 후반 30분은 근래 극장에서 만난 가장 완벽한 30분입니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는 소리, 빗길의 추월, 심장을 조이는 편집 — 리뷰어는 저도 모르게 발가락에 힘을 주고 있었다 썼고, 저는 팔걸이를 쥔 손에 땀이 밴 걸 크레딧에서야 알았습니다. 승리를 예감한 헨리 포드 2세가 엔초에게 보여주려 헬기를 타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떠나는 과시 같은 디테일이 레이스 바깥의 신경전까지 조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심장인 결말부. 페라리를 꺾고 선두를 질주하던 켄에게 본사의 지시가 내려옵니다. 포드 차량 1, 2, 3위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홍보용 그림을 만들라 — 속도를 줄이라는 것. 켄은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 순양 탓에 규정상 우승은 뒤에서 달려온 동료에게 돌아갑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행을 하고도 시상대 꼭대기를 도둑맞은 남자. 그런데 이 장면의 진짜 문장은 그다음입니다. 헨리 포드 2세는 승리를 만들어낸 켄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이기는 동안엔 우리 포드지만 이기고 나면 소모품 — 그게 포드의 방식이니까요. 그때 카메라가 잡아내는 한 사람. 관중석의 엔초 페라리가 켄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합니다. 패배는 패배대로 인정하되 위대한 드라이버의 레이스 그 자체를 기리는 것. 켄의 승리를 축하한 것이 포드가 아니라 페라리였다는 이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가 포드 V 페라리라는 제목을 달아야 했던 이유입니다.
해석 하나에 무릎을 쳤습니다. 셸비는 포드적 인간입니다. 자신을 브랜딩할 줄 알고 흥정에 능하며 승리를 위해 사람을 쓸 줄 아는. 반면 켄은 존재 자체가 페라리입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으며 오직 차와 레이스만을 순수하게 갈망하는. 그래서 켄이 싸운 상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페라리가 아니라 포드였습니다. 켄을 의심하고 배제하고 이용한 것은 늘 포드의 회의실이었고, 영화가 켄과 헨리 포드 2세의 대화 장면을 한 번도 만들지 않은 것 — 켄이 대화하는 상대는 가족과 셸비와 자신의 차뿐이라는 것 — 은 그 설계의 정밀한 증거죠. 그의 세계는 7000rpm 근처에 있고, 그 세계는 회의실의 언어와 통역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변하는 대목이 이 버디물의 완성입니다. 과거라면 성질 좀 죽이라 소리쳤을 셸비가 켄의 자부심을 존중해 모든 판단을 맡기고, 평생 굽힌 적 없던 켄이 처음으로 자신을 내려놓는 것.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을 극복하며 함께 이겼습니다 — 시상대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우승자의 이름은 기록이 정하지만, 위대한 레이스는 적장이 벗은 모자가 증명한다 — 이 영화의 결말이 남기는 문장입니다.
크리스찬 베일: 페라리적 완벽주의
이 영화를 웰메이드로 만든 두 이름을 적어야 합니다. 하나는 감독 제임스 맨골드의 절제입니다. 미국 회사가 미국의 방식으로 유럽의 왕을 꺾은 이 실화는 성조기로 도배하기 딱 좋은 재료인데, 영화는 끝까지 그 유혹을 거절하고 오히려 포드의 방식을 비판하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그 절제가 이 작품을 프로파간다가 아닌 예술로 만들었죠.
다른 하나는 크리스찬 베일입니다. 체중과 체형과 걸음걸이까지 그 사람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 배우의 완벽주의는 그 자체로 페라리적이어서, 켄 마일스 역에 이보다 정확한 캐스팅은 없었을 겁니다. 그해 아카데미에서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견제할 유일한 카드라던 리뷰어의 평가 — 두 영화를 모두 리뷰한 이 블로그로서는 그 대진표가 더 각별합니다.
아쉬움도 같은 자리에 적습니다. 영화는 실화의 마지막 — 그 여름, 켄이 테스트 주행 중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 을 따라가야 했고, 그 예정된 씁쓸함을 감싸는 마무리가 이 거대한 작품의 격에는 조금 못 미칩니다. 결말부만 더 단단했다면 역사적 명작의 반열이었을 거라는 유보와 함께,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 올해 본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재미로는 그중 최고라는 리뷰어의 말에 서명합니다.
덧붙이는 셋
Q. 어디까지가 실화인가요?
A. 뼈대가 거의 실화입니다. 포드와 페라리의 인수 협상 결렬, 셸비 팀의 GT40 개발, 1966년 르망에서의 우승과 세 대가 나란히 들어온 그 피니시, 그로 인해 켄 마일스가 규정상 우승을 놓친 일까지 모두 기록에 있는 이야기죠. 인물들의 대사와 관계의 디테일에는 각색이 있지만, 가장 영화 같은 대목들이 오히려 사실이라는 게 이 실화의 힘입니다.
Q. 자동차를 전혀 몰라도 재밌나요?
A. 문제없습니다. 이 영화의 몸통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 두 남자의 우정과 자존심, 조직과 개인의 싸움 — 이라 배기량을 몰라도 감정선은 온전히 따라갑니다. 오히려 원본 리뷰어의 반어 경고처럼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일수록 심장 관리가 필요한 영화이고, 어느 쪽이든 큰 화면과 좋은 음향에서 봐야 제값을 하는 작품입니다.
Q.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성적을 거뒀나요?
A.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편집상과 음향편집상 2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리뷰어가 점쳤던 남우주연 대진표는 성사되지 못했고 그해 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에게 돌아갔지만, 레이스 장면의 그 심장 박동을 만든 기술적 성취만큼은 아카데미가 정확히 알아본 셈입니다.
7000rpm 근처에서
첫 고속도로의 기억을 다시 꺼냅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웃음이 났던 초보 운전자는 이제 압니다. 켄 마일스가 7000rpm에서 찾던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세상의 소음이 전부 사라지고 자신과 기계만 남는 그 완벽한 한 바퀴였다는 걸.
완벽한 랩 — 그것을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돌아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세상은 나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그 한 바퀴의 심장 소리를 들려줍니다. 되도록 큰 화면과 큰 소리로 들으시길. 그리고 트랙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름, 켄 마일스를 기억해 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