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캐릭터를 고를 때 저는 늘 저와 정반대를 골랐습니다. 발표 시간에 손도 못 들던 주제에 아바타는 꼭 도끼 든 거구의 전사 — 현실의 내가 못 하는 것을 부캐가 대신해주는 쾌감, 게이머라면 다 아는 심리죠.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그 부캐 심리를 통째로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잭 블랙, 카렌 길런 — 90년대의 전설 주만지가 22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을 결말 직전까지 정리하고 평가의 양론까지 담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 리뷰: 교장실에서 정글로
시작은 교장실입니다. 각기 다른 죄목의 네 고등학생 — 운동부 친구의 숙제를 대신해준 게임덕후 스펜서, 그 숙제를 맡긴 미식축구부 거구 프리지, 시험 도중 영상통화 셀카를 한 SNS 여왕 베서니, 체육활동 불참을 선언한 까칠 모범생 마사. 네 명이 방과 후 창고 정리 벌칙에 처해지는 이 도입부는 80년대 청춘영화 조찬 클럽의 구도를 대놓고 빌려온 오마주죠. 그리고 창고에서 프리지가 낡은 게임기를 발견합니다. 카트리지에 적힌 이름 — 쥬만지(출처: IMDb — Jumanji: Welcome to the Jungle).
숙제도 벌칙도 지겨운 네 사람은 홀린 듯 캐릭터를 하나씩 고르고 — 화면이 번쩍이는 순간 전원이 게임 속 정글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 영화의 심장인 '몸 바꾸기'가 여기서 터지죠. 소심한 게임덕후 스펜서는 근육이 산맥 같은 영웅 브레이브스톤 박사(드웨인 존슨)로, 2미터 거구 프리지는 체구가 반 토막 난 동물학자 핀바(케빈 하트)로, 셀카 여왕 베서니는 — 본인에게 가장 잔인하게도 — 배 나온 중년 아저씨 지도학자 오베론 교수(잭 블랙)로, 낯가림 심한 마사는 배꼽티의 전투 머신 루비(카렌 길런)로. 외모와 내면의 낙차가 4인분으로 쏟아지는 이 스왑 코미디가 영화의 제1 동력입니다 — 특히 소녀의 영혼으로 아저씨의 몸을 연기하는 잭 블랙은 이 영화의 지분 절반을 가져갑니다.
시리즈 순서가 낳은 진화: 보드게임, 비디오게임이 되다
1편을 아는 관객을 위한 각주 — 원작의 저주받은 '보드게임'이 시대에 맞춰 비디오게임으로 진화한 설정입니다. 보드게임 따위 요즘 애들이 안 하니까, 라는 영화의 능청이죠. 혼란도 잠시, NPC 가이드가 나타나 퀘스트를 브리핑합니다. 빌런 밴 펠트가 재규어 신상의 보석을 훔쳐 정글에 저주가 내렸으니, 보석을 되돌려 놓고 "쥬만지!"를 외쳐야 게임이 끝나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팔뚝의 문신 세 줄 — 목숨이 3개라는 뜻입니다.
이 룰은 마사가 몸소 가르쳐줍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모두가 얼어붙은 순간,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리스폰하는 것 — 죽음조차 개그가 되는 게임 세계의 문법이 서는 장면이죠(물론 목숨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라는 서늘한 질문은 나중을 위해 아껴집니다). 각 캐릭터의 능력치 창도 웃음 포인트입니다. 브레이브스톤의 강점이 줄줄이 나열될 때 핀바의 목록에 뜨는 약점 — 케이크. 그리고 바이크 부대의 습격 속에서 스펜서와 마사는 제 새 몸의 강점을 실전으로 체험하며, 네 찌질이의 정글 모험이 본궤도에 오릅니다.
주사위 대신 캐릭터 선택창, 말판 대신 목숨 3개 — 22년의 시차를 게임의 진화로 번역해낸 것이 이 후속작의 영리함입니다.
관람 포인트: 오두막의 경례, 각목의 유혹
중반의 백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알렉스의 합류 — 네 사람보다 먼저 이 게임에 빨려 들어와 갇혀 있던 소년이죠. 그의 은신처가 1편 팬들의 심장을 치는 이스터에그인데, 바로 오리지널 주만지에서 정글에 갇혔던 소년 '알란 패리시'가 지은 오두막이기 때문입니다. 22년 전의 전설에게 보내는 경례 — 이 시리즈가 원작을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목숨이 하나밖에 안 남은 알렉스까지 다섯이 된 일행은 운송수단 퀘스트, 알렉스의 헬기로 향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영화 최고의 코미디 시퀀스 — 경비병의 시선을 끌기 위해 베서니가 마사에게 '여자의 유혹 기술'을 전수하는 플러팅 속성 과외입니다. 머리 넘기기, 입술 깨물기, 웃으며 다가가기 — 족집게 강의를 마치고 출동한 마사의 실전은, 원본 리뷰어의 표현을 빌리면 각목 그 자체. 그런데 그 뻣뻣한 몸부림이 뜻밖의 방식으로 통해버리는 전개까지, 배우 카렌 길런의 코미디 재능이 만개하는 대목이죠. 헬기 탈출과 추락 위기, 떨어뜨린 보석을 코뿔소 떼 한가운데서 회수하는 작전, 그리고 하늘에서 낙하하는 프리지를 받아내기 직전 — 이 글은 여기서 끊습니다. 다섯 찌질이가 과연 "쥬만지!"를 외치고 제 몸으로 돌아가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평가의 양론을 정리합니다. 원작의 설정을 크게 바꿔 주만지만의 으스스한 매력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인물이 많아 산만하다는 평이 한쪽에 있고, 메인인 코미디만큼은 확실히 살려 팝콘 영화로 손색없다는 호평이 반대쪽에 있죠. 저는 후자에 한 표를 보태되 이유를 하나 얹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몸 바꾸기는 단순 개그 장치가 아니라 성장 장치입니다 — 근육을 얻고서야 용기를 내보는 소심이, 작아지고서야 힘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거구, 외모를 잃고서야 셀카 밖 세상을 보는 소녀, 남의 몸을 입고서야 제 매력을 아는 모범생. 부캐를 살아본 뒤에야 본캐가 자라는 구조는 게임 세대의 성장담으로 꽤 정확한 은유죠. 배우 총평은 리뷰어의 문장이 깔끔합니다. 케빈 하트와 잭 블랙은 영화가 지루해질 때마다 특유의 개그로 분위기를 살리고, 드웨인 존슨은 그 거대한 몸에 걸맞지 않은 찌질이 연기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근육이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그림은 그 자체로 코미디입니다. 점수는 6.5점. 가족 단위 주말 영화로는 거의 보증수표입니다.
접속 종료 전에 둘
Q. 쥬만지 시리즈는 어떤 순서로 봐야 하나요?
A. 세계관 지도를 그려드리면 — 로빈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주만지(1995)가 뿌리이고, 같은 원작자의 그림책을 영화화한 우주판 자매작 자투라(2005)가 곁가지이며, 이 영화 새로운 세계(2017)와 같은 멤버로 이어지는 넥스트 레벨(2019)이 현재의 줄기입니다. 새로운 세계만 봐도 이해에는 지장이 없지만, 오리지널을 먼저 보면 오두막을 비롯한 오마주들이 두 배로 보입니다. 자투라가 궁금하다면 이 블로그의 자투라 리뷰도 함께 읽어보세요 — 두 편을 나란히 보면 '게임이 현실이 되는' 세계관의 재미가 완성됩니다.
Q. 배우들이 낯익은데, 어디서 봤을까요?
A. 전투 머신 루비의 카렌 길런은 MCU의 네뷸라 — 이 블로그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리뷰에서 파란 얼굴의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정글의 코미디와 우주의 비장함, 한 배우의 양극단이죠).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그 바위이고, 잭 블랙은 스쿨 오브 락과 쿵푸팬더의 목소리로 이미 여러분의 유년에 다녀간 배우입니다. 이 영화로 네 배우 모두 입덕해도 후회 없는 라인업입니다.
부캐의 수업료
그 도끼 든 전사 부캐를 다시 생각합니다. 부캐로 도망치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부캐에서 빌려온 용기로 본캐가 조금씩 자랐다는 것 — 이 영화가 네 찌질이의 정글에서 꺼내 온 결론도 똑같습니다.
오늘 밤 접속할 당신의 부캐에게도 본캐 몫의 수업료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가족과 볼 주말 영화를 찾고 있다면 — 이 정글로 접속하세요. 두 시간 뒤, 거실의 공기가 한 뼘 유쾌해져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