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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리뷰 (전반부, 각본, 결말)

Stv 2026. 10. 8. 08:18

목차


    공룡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브라키오사우루스 한 마리 때문에.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어린 시절 공룡 백과의 화산 페이지를 통째로 실사화한 전반부와, 지하실 공포물로 쪼그라드는 후반부 사이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는 문제작입니다. 25년 치 애정을 가진 찐팬도 이 영화만큼은 완전한 편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말 내용이 포함된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리뷰: 화산이 터지는 순간, 꿈의 장면이 완성됐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쥬라기 월드 시리즈 2편의 연출은 콜린 트레보로우가 아닌 J.A. 바요나가 맡았습니다. 원래 1편 감독인 트레보로우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9의 연출직으로 옮겨가면서 생긴 공백이었습니다. 바요나는 오퍼나지와 몬스터 콜로 이미 장르 연출력을 입증한 감독이었는데, 저는 이 선택이 적어도 전반부만큼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오프닝부터 그 실력이 보입니다. 쥬라기 월드 사태로부터 6개월 후의 이슬라 누블라. 비 내리는 밤, 수몰된 라군에 접근한 수거팀 앞으로 번개가 칠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실루엣 — 모사사우루스입니다. 여기서 모사사우루스란 공룡이 아닌 해양 파충류로, 신진대사 조절 능력 덕분에 극단적 절식 상태로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조스를 연상시키는 서스펜스 연출이었는데, 제가 직접 봤을 때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역대 시리즈 오프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편의 골격은 이렇습니다. 이슬라 누블라에 화산 폭발이 임박하면서 세계는 논쟁에 휩싸입니다 — 인간이 되살린 생명을 다시 구해야 하는가, 자연 선택에 맡겨야 하는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돌아온 이안 말콤 박사는 단호합니다. 여기서 자연 선택이란 인위적 개입 없이 환경에 적합한 개체만 살아남는 진화의 원리를 말하는데, 말콤은 이것이 공룡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사는 원작 소설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오마주로, 시리즈의 맥을 이으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출처: IMDb -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그렇게 섬에 도착한 뒤, 화산이 터지는 순간 —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어린 시절 공룡 백과의 화산 페이지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용암과 화산탄 속에서 공룡 떼와 인간이 뒤엉켜 절벽으로 달아나는 대탈출 시퀀스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스케일의 장면입니다. 화면 가득 채운 스펙터클 속에서 연기에 휩싸인 채 남겨지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샘이 작동했습니다. 설계가 빤히 보이는데도 기어이 울게 되는 — 그게 이 장면의 힘입니다.

    미장센이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장치들이 숨어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앞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 인물의 위치, 소품, 조명, 움직임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적 기법입니다. 전편에서 자본주의자였던 클레어가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로 등장했다면, 개과천선한 이번 편에서는 상승하는 엘리베이터로 등장합니다. 인물의 변화를 대사 없이 방향 하나로 설명하는 방식인데, 솔직히 이런 디테일을 발견했을 때 바요나 감독에 대한 신뢰가 올라갔습니다.

    • 오프닝: 모사사우루스 서스펜스 — 시리즈 최고 수준의 도입부
    • 화산 탈출 시퀀스: 공룡 백과의 화산 페이지를 블록버스터 물량으로 실사화
    • 브라키오사우루스 작별 장면: 의도가 빤해도 기어이 울게 되는 감정 연출
    • 클레어의 엘리베이터 미장센: 인물 변화를 방향 하나로 압축한 연출
    • 블루 수혈 시퀀스: 실물 애니매트로닉스 티라노와 CG를 섞어 구현한 현장감 있는 명장면

     

    호불호 이유와 결말 비판: 연출은 바요나, 구멍은 각본이었습니다

    배가 섬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다른 영화가 됩니다. 무대가 록우드 저택 지하로 옮겨가고, 시리즈 특유의 광활함이 사라집니다. 공룡을 지하실에 가둔 선택 — 이게 후반부 최대의 문제입니다.

    악역의 평면성도 뼈아픕니다. 캐릭터 서사에서 평면성이란 내면의 갈등이나 변화 없이 단 하나의 속성으로만 움직이는 인물 구조를 말합니다. 용병대장 휘틀리는 시리즈 2편에서 압도적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사냥꾼 롤랜드 템보의 3류 변주처럼 느껴졌고, 시리즈 최초로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악역이라는 무게를 부여받은 밀스는 등장 10분 만에 소인배의 밑천이 드러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사람들한테 공룡이 두렵지 않다는 감각이 전혀 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신형 공룡 인도랩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랩터란 인도미누스 렉스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벨로시랩터를 개량해 만든 군사용 공룡으로, 특정 표적을 추적·제거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설정입니다. 디자인만큼은 본능적 혐오감을 자극하는 수작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괴수가 위협하는 것이 악역들뿐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인공 일행에게는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하고, "기절한 척" 같은 지나치게 인간적인 연기를 하면서 동물적 공포감이 증발했습니다. 쥬라기 공원 1편에서 벨로시랩터가 무서웠던 이유는 믿음직한 조연이 희생됐기 때문이었는데 — 이 영화는 그 각오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말 — 이게 이 영화 최대의 논쟁입니다. 가스 누출로 죽어가는 공룡들 앞에서 방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복제인간 소녀 메이지라는 것. 제가 이 장면에서 느낀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메이지가 공룡들과 같은 처지 — 둘 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대칭 구조는 이해가 됩니다. 유리창에 두 얼굴이 겹쳐 비치는 미장센도 바요나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 스스로가 정답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콤은 자연 선택을 말했고, 오웬도 반대했고, 감정에 호소하던 클레어조차 끝내 버튼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 금단의 선택을 가치 판단이 여물지 않은 아이에게 떠넘긴 것 — 이건 아이를 방패 삼은 각본의 비겁함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마지막 이안 말콤의 대사, "쥬라기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도 제가 보기엔 절반만 성공입니다. 진짜 판도라의 상자는 경매로 이미 반출된 공룡들과 사방으로 퍼진 복제 기술인데, 영화는 그 핵심을 연출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경매 반출만으로도 이미 '월드'의 조건은 충분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남은 악역 하나의 손에 버튼을 쥐여줬다면 이 논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후반부는 평면적 악역, 위협감 없는 인도랩터, 그리고 어린아이에게 결정적 선택을 떠넘기는 비겁한 결말로 전반부의 완성도를 스스로 허물었습니다.

     

    네 가지 문답

    Q.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감독이 왜 바뀐 건가요?

    A. 1편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9 연출직으로 이동하면서 공백이 생겼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J.A. 바요나였고, 각본은 트레보로우가 계속 썼습니다. 연출과 각본의 분리가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 온도 차이를 낳은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인도랩터는 인도미누스 렉스랑 어떻게 다른가요?

    A. 인도미누스 렉스가 다수의 공룡 유전자를 합성한 대형 하이브리드라면, 인도랩터는 인도미누스와 벨로시랩터를 결합해 군사적 추적·제거 기능에 특화한 소형 하이브리드입니다. 이론상 더 정교한 버전이지만, 영화에서의 위압감은 오히려 전임자보다 낮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Q. 메이지가 공룡을 풀어준 게 왜 그렇게 논란이 됐나요?

    A. 영화 내 상식인 포지션의 인물들이 모두 "풀면 안 된다"고 판단했음에도, 가치 판단이 덜 성숙한 어린아이가 최종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메이지와 공룡 사이의 대칭 구조는 이해되지만, 그 무게 있는 선택을 아이에게 맡기는 것은 각본이 결정의 책임을 회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Q. 전반부만 따로 보면 재밌는 영화인가요?

    A. 솔직히 전반부만 따로 점수를 매기면 시리즈 최고 수준입니다. 화산 탈출 시퀀스의 스케일과 브라키오사우루스 작별 장면은, 어린 시절 공룡 책에서 꿈꾸던 장면을 실사로 구현한 경험에 가깝습니다. 다만 배가 섬을 떠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영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화산 페이지를 덮으며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바요나의 연출이 살린 전반부와, 트레보로우의 각본이 허문 후반부가 한 편 안에 공존하는 영화. 제가 내리는 점수는 전반부 8점, 후반부 3점, 평균 5.5점입니다.

    몇몇 시리즈 팬들이 이 영화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급 시리즈 파괴자로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저는 그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역대급으로 아쉬운 편인 것은 맞지만, 연출과 미장센의 완성도가 분명히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전반부 화산 탈출 시퀀스만을 위해서라도, 큰 화면으로 한 번은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선택의 후일담은 속편 도미니언(2022)으로 이어지니 — 다시 보신다면, 각본보다 카메라를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y-p4pRaL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