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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알라딘 리뷰 (나오미 스콧, 자파, 어 홀 뉴 월드)

Stv 2026. 9. 10. 19:22

목차


    노래방에서 어 홀 뉴 월드에 도전해본 사람은 압니다. 이 곡이 얼마나 신성한 영역인지. 파트를 나누다 싸우고, 고음에서 겸손해지고, 결국 원곡이나 듣자며 마이크를 내려놓게 되는 노래죠. 제게도 그 곡은 어린 시절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던 인생 최고의 판타지였습니다. 그래서 실사판 알라딘을 보러 가던 날의 마음은 팬심 반 걱정 반이었고, 보고 나온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는 이 영화가 좋다. 그런데 좋은 영화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문제다. 결말 언급이 있는 리뷰이니 참고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알라딘 실사판 리뷰: 구름 위의 자유, 구름 아래의 자유

    좋았던 것부터 적습니다. 낮의 아그라바가 아름답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붉은 톤으로 기억되던 도시가 실사판에선 형형색색으로 살아나는데, 알라딘의 집에서 내려다보는 그 풍경은 그 자체로 관광 상품입니다. 사막을 뒹굴어도 먼지 하나 없는 옷 같은 초보적 허점이야 웃고 넘기죠. 알라딘 역의 메나 마수드는 묘한 경우입니다. 연기는 분명 어색한데, 그 어색함이 프린스 알리로 위장한 좀도둑의 뻣뻣함과 우연히 맞아떨어져 원작보다 설득력 있는 순간을 만듭니다(출처: IMDb — Aladdin(2019)).

    그리고 어 홀 뉴 월드. 원작이 추억으로 미화되어 불멸이 된 곡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실사판의 해석에는 원작을 넘어서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원작의 양탄자는 구름 위로 솟아 지구 전체를 활공합니다. 세상 그 자체를 보여주는 판타지죠. 반면 실사판의 양탄자는 구름 아래, 밤하늘에 빛나는 아그라바 위를 납니다. 언뜻 스케일 다운 같지만 뜯어보면 설계입니다. 구름 위의 비행이 개인의 자유라면, 자기 백성들의 지붕 위를 굽어보는 비행은 술탄이 되고자 하는 자스민의 지위와 책임이 반영된 자유입니다. 같은 노래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겁니다.

    색색의 아그라바와 재해석된 어 홀 뉴 월드까지,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한 리메이크 같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에 자파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스피치리스 명장면: 4분 30초를 혼자 채우는 목소리

    이 영화의 왕관은 자스민, 나오미 스콧입니다. 실사판은 애초에 자스민의 역할과 존재감을 크게 키운 리메이크인데, 그 도박의 승패가 배우 하나에 달려 있었고 나오미 스콧은 그 판돈을 전부 회수합니다. 압도적인 비주얼에 그보다 뛰어난 가창력. 특히 이 영화의 신곡 스피치리스 — 국내 번안 제목 '침묵하지 않아' — 장면은 소름의 연속입니다. 자파의 겁박에 맞서 침묵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그 시퀀스에서, 그녀는 4분 30초에 달하는 시간을 혼자서 스크린에 서 있는데도 화면을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솔직히 그 장면의 시각 연출은 허술한 편입니다. 배경도 소품도 어딘가 요상한데, 오직 배우의 목소리와 얼굴이 그 장면을 지배합니다. 터질 것 같은 가창이 자스민의 분노와 포개지는 순간 연출의 빈틈은 들리지 않게 되죠.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스피치리스를 들으며 소름 돋는 중입니다.

    다만 자스민 강화의 성적표가 만점은 아닙니다. 그녀의 자립은 원작보다 조금 더 능동적인 선에서 멈추고, 그 대신 알라딘의 모험심과 용기가 옅어져서 제목이 알라딘인데 알라딘의 매력이 안 보입니다. 차라리 제목을 재스민으로 바꾸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원본 리뷰어의 농담이 뼈아픈 이유죠. 방향은 옳았는데 양쪽 주인공이 다 어중간해진, 각색의 미완입니다.


    자파 혹평 이유: 이 영화가 무너진 자리의 이름

    원작의 자파는 디즈니 빌런 중에서도 서늘함으로 손꼽히는 캐릭터인데, 실사판의 자파에게는 그 카리스마가 조금도 없습니다. 미취학 아동도 겁먹지 않을 악당. 마지막에 엄청난 마법사가 되고 나서도 무섭기는커녕 우스워 보이는 이 빌런의 존재가 영화 전체의 긴장을 주저앉힙니다. 오히려 어깨의 앵무새 이아고가 더 악당답다는 농담이 팬들 사이에 도는 이유죠. 다만 저는 이 실패의 청구서를 배우 개인에게만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캐스팅의 방향, 캐릭터 해석, 연기 디렉션까지 악역의 톤을 이렇게 잡아놓은 연출의 책임이 큽니다. 막바지 자파의 마법 장면과 자스민을 속박하는 대목의 전개는 급하고 엉성해서, 배우가 아니라 편집실에서 긴장감이 새어 나간 게 보일 정도니까요.

    윌 스미스의 지니는 절반의 성공입니다. 특유의 익살은 살아 있고 프렌드 라이크 미는 원작 못지않은 속도감으로 즐겁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하나는 CG입니다. 파란 지니의 그래픽이 과해서 배우의 표정 연기가 묻히는데, 배우가 연기가 아니라 CG 때문에 캐릭터 표현에 실패하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다른 하나는 프린스 알리. 가수 출신 윌 스미스가 불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곡이 살지 않습니다. 발리우드풍 퍼레이드의 꽃잎과 춤사위는 흥겨운데 정작 메인 넘버가 흥얼거려지지 않는 것 — 뮤지컬 영화에서 작지 않은 사고입니다.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아름다운 비주얼, 흥겨운 음악, 경쾌한 속도 — 그리고 그 사이사이 90년대 저예산 어드벤처 같은 세트, 낙차 큰 연기, 들쭉날쭉한 연출. 원작보다 나아지지 못한 리메이크는 실패라는 기준에 서면, 디즈니 라이브액션이라는 기획 전체에 던지는 회의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점수는 5점. 그런데 이상하죠. 5점을 적으면서도 저는 이 영화의 OST를 반복 재생하고 있습니다. 평가와 애정은 다른 계좌라는 것, 그게 이 영화가 가르쳐준 교훈입니다.


    세 가지 더

    Q. 스피치리스는 원작 애니메이션에도 있던 노래인가요?

    A. 아니요, 실사판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자스민의 솔로곡입니다. 침묵을 강요당하던 공주가 목소리를 되찾는 서사를 담은 곡이라 자스민 강화라는 이번 리메이크의 방향을 상징하는 넘버이고, 이 영화가 원작에 보탠 것 중 가장 값진 유산으로 꼽힙니다.


    Q. 어 홀 뉴 월드는 원작과 뭐가 다른가요?

    A. 비행의 고도가 다릅니다. 원작은 구름 위로 솟아 세계 전체를 보여주는 개인의 판타지라면, 실사판은 구름 아래 아그라바의 지붕 위를 나는 노선으로 바꿨습니다. 백성들의 삶 위를 굽어보는 이 동선은 통치자가 되려는 자스민의 꿈을 반영한 각색이라, 스케일은 줄었지만 의미는 깊어진 재해석입니다.


    Q. 아이들과 같이 봐도 되나요?

    A. 전체 관람가라 온 가족 관람에 무리가 없고, 색감과 음악만으로도 아이들이 즐거워할 영화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여주고 실사판을 함께 보며 뭐가 달라졌는지 이야기 나누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다만 악당이 무섭지 않은 건 아이들에겐 오히려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이 리뷰를 쓰는 내내 OST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5점짜리 영화의 노래를 며칠째 반복 재생하는 모순 — 그게 실사판 알라딘의 정확한 좌표일 겁니다. 영화로서는 어중간하고, 뮤지컬로서는 사랑스러운.

    그리고 노래방의 그 신성한 듀엣곡 옆에는 이제 스피치리스라는 솔로곡 하나가 후보로 추가됐습니다. 물론 도전은 각자의 몫입니다. 4분 30초를 혼자 버틸 자신이 있다면요. 저는 오늘도 원곡이나 들으며, 마이크를 조용히 내려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