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피구 시간, 아웃을 직감한 순간이면 우리는 공을 가장 잘 피하는 친구에게 몰아주고 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 대신 끝까지 살아남아 — 그 유치한 비장함이 코트의 룰이었죠. 메이즈 러너 3부작의 마지막 데스 큐어를 보며 그 피구 코트가 떠올랐습니다. 미로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의 끝은 결국, 끝까지 달릴 한 사람에게 모두가 공을 넘겨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딜런 오브라이언과 이기홍의 이 완결편을 결말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
메이즈 러너 데스큐어 리뷰: 민호를 구하러 가는 길
영화는 구출 작전으로 문을 엽니다. 전편 결말에서 위키드(WCKD)에 납치된 민호 —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인 아이들을 실험체로 쓰는 조직에 끌려간 친구를 구하기 위해, 토마스 일행이 사막을 질주하는 열차 탈취 작전이 오프닝입니다. 기차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호쾌한 액션 끝에 컨테이너를 열었지만 — 민호는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구했으나 정작 목표는 허탕. 민호는 이미 위키드의 본거지, 최후의 도시 라스트 시티로 옮겨진 뒤였죠(출처: IMDb — Maze Runner: The Death Cure).
저항군의 리더 빈스는 요새나 다름없는 그곳으로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고, 토마스는 혼자서라도 가겠다며 밤에 캠프를 나섭니다 — 물론 혼자일 리 없죠. 뉴트와 프라이팬이 당연하다는 듯 차에 타 있는 것이 이 시리즈의 우정입니다. 가는 길은 험합니다. 어쩔 수 없이 들어선 터널에서 감염자 크랭크들에게 포위당하는 위기 — 그 절체절명에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납니다. 1편의 결말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갤리입니다. 미로 시절의 앙금을 뒤로하고(토마스의 주먹 한 방은 통과의례), 저항 조직과 연이 닿아 살아 있던 그가 도시 잠입의 안내자가 되죠.
성벽으로 둘러싸인 라스트 시티 — 지하 통로로 숨어든 일행의 작전은 위키드의 핵심 연구원이 된 테레사, 토마스의 첫사랑이자 전편의 배신자인 그녀를 납치해 출입증으로 쓰는 것입니다. 작전은 성공하지만 이 납치가 뜻밖의 전환점이 됩니다. 테레사가, 좀비에게 물렸던 브렌다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보게 된 것 — 그녀를 살린 건 위키드의 혈청이 아니라 토마스의 피였습니다. 수백 번의 실험으로도 만들지 못한 치료제의 열쇠가 토마스의 몸속에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앞에서, 과학자 테레사는 몰래 토마스의 피가 묻은 거즈를 챙깁니다. 배신자의 저울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결말 정리: 작별의 편지, 마지막 배신
민호 구출 작전은 이 영화 물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수많은 실험에 시달리던 민호를 실험실에서 빼내고, 포위망을 뚫고, 급기야 토마스가 난생처음 보는 크레인을 조종해 버스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탈출극까지 — 원본 리뷰어의 투덜거림이 여기서 터집니다. 군대도 안 간 소년들이 훈련받은 군인보다 총을 잘 쏘고, 버스가 수직으로 떨어졌는데 다친 사람 하나 없고, 크레인은 배운 적도 없는데 첫 시도에 만점 조종이라는 것. 맞는 말이라 웃음이 나는데 — YA 장르의 관용 범위라고 눙치고 넘어가기로 하죠.
문제는 액션이 아니라 이별입니다. 이 시리즈의 양심이자 가장 사랑받는 인물, 뉴트 — 면역이 아니었던 그의 몸은 여정 내내 조금씩 잠식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친구를 구하러 가는 길 위에서 자신은 구원에서 멀어지는 역설 — 그리고 그는 끝내 가장 아픈 방식으로 친구들의 곁을 떠납니다. 그 경위는 차마 적지 않겠습니다 — 극장에서 이 장면에 운 관객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많았을 테니까요. 다만 그가 토마스에게 남긴 편지의 당부는 옮겨둡니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좋았던 날의 나로 기억해 달라고 — 디스토피아 3부작이 끝내 지켜낸 품위가 그 편지에 있습니다.
테레사의 마지막 선택도 적어야 합니다. 토마스의 피가 만능 치료제임을 확인한 그녀는 그 발견을 페이지 박사에게 보고하지만, 조직의 광기 — 잰슨의 총구 — 가 토마스를 겨누는 순간, 두 번 배신했던 그녀는 세 번째로 제 진영을 배신하고 토마스를 구합니다. 무너지는 도시, 마지막 탈출의 순간, 그녀는 끝내 토마스와 함께 오르지 못했습니다. 구원의 열쇠를 찾아낸 사람이 그 구원의 바깥에 남는 결말 — 이 시리즈가 배신자라는 꼬리표의 인물에게 바치는 가장 쓸쓸한 복권입니다. 에필로그는 조용합니다. 바이러스가 닿지 않는 안전지대에 정착한 생존자들, 바위에 하나하나 새겨지는 떠난 친구들의 이름 — 미로에서 시작해 사막을 지나 도시를 불태운 3부작이, 이름을 부르는 묵념으로 닫힙니다. 토마스의 손에는 뉴트의 편지와 치료제가 남았습니다.
미로는 끝났고, 러너는 멈췄고, 이름들은 남았다 — 데스 큐어의 결말은 승리의 팡파르가 아니라 금 밖의 이름들을 부르는 호명입니다.
시리즈 완결의 성적표: 우정이라는 엔진
리뷰어의 솔직한 총평 — 1·2편의 재미에 비해 3편은 전개가 뻔하고 아쉬웠다, 시리즈는 미로를 달리던 1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 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미로라는 압도적 미스터리로 시작한 시리즈가 결국 익숙한 디스토피아 공성전으로 수렴한 것은, 헝거게임·다이버전트와 함께 2010년대를 휩쓴 YA 디스토피아 트로이카의 공통 숙명이기도 했죠.
그러나 메이즈 러너가 끝까지 지킨 미덕 하나는 분명합니다 — 혁명도 로맨스도 아닌 우정이 서사의 엔진이었다는 것. 민호 한 명을 구하려고 3편 전체를 내달리는 이야기, 친구를 두고 가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로 완주한 시리즈는 이 장르에서 흔치 않습니다. 점수는 5.5점 — 완결편으로서의 아쉬움은 있지만, 리뷰어의 말처럼 1·2편을 달려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챙겨 보고 작별할 가치가 있는 마침표입니다.
미로를 나서기 전에 셋
Q. 시리즈는 어떤 순서로 봐야 하나요?
A. 메이즈 러너(2014) →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2015) →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2018)의 순서이고, 이 시리즈만큼은 건너뛰기가 불가능합니다. 세 편이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라 전편의 인물과 배신, 떡밥이 그대로 이어지거든요. 특히 데스 큐어의 눈물 포인트들은 전부 1·2편에서 쌓인 정 때문에 작동하니, 완결편의 작별을 제대로 느끼려면 처음부터 달리셔야 합니다.
Q. 민호 역 배우가 한국계라고요?
A. 네, 민호를 연기한 이기홍(Ki Hong Lee)은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배우입니다. 시리즈 세 편을 모두 지키며 '민호'라는 한국 이름의 캐릭터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역급으로 각인시켰죠 — 원작 소설부터 한국계로 설정된 캐릭터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에도 넷플릭스 코미디와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 등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니, 민호가 반가웠던 분이라면 필모를 따라가 보셔도 좋습니다.
Q. 시리즈 완결편의 아쉬움, 저만 그런가요?
A. 장르의 공통 고민입니다. 미스터리로 출발한 시리즈는 답을 공개하는 순간 신비를 잃기 마련이라, YA 디스토피아 완결편들은 대체로 1편의 충격을 넘지 못했죠. 그래서 완결편이 '마무리의 모범'으로 남는 일은 귀한데 — 그 귀한 사례가 궁금하다면 이 블로그에서 다룬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를 권합니다. 11년 치 이야기를 닫는 법의 교과서라, 데스 큐어의 아쉬움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금 밖의 이름들에게
그 피구 코트를 다시 생각합니다. 아웃된 아이들이 금 밖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최후의 1인 — 끝까지 달린 자의 몫은 승리가 아니라, 금 밖의 이름들을 기억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바위에 친구들의 이름을 새기는 토마스처럼요.
몇 년을 함께 달려온 시리즈와 작별하는 밤은 늘 조금 허전합니다. 그 허전함까지가 완주의 증거라면 — 메이즈 러너는 분명 완주할 가치가 있는 미로였습니다. 끝까지 달리실 여러분의 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