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보디가드 2를 보고 나서, 저는 주인공 마이클 브라이스가 그토록 집착하는 '트리플 A 등급' 심사를 이 영화 자체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공지하면 재심사 반려,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다만 이 심사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데드풀식 코미디를 사랑하는 분에게는 전혀 다른 등급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이 글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 리뷰: 트리플 A 등급 심사 보고서
심사 기준부터 공개합니다. 후속작 징크스라는 말이 있지만, 전작을 완벽히 넘어선 예외도 분명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터미네이터 2입니다. 기술은 발전시키고, 전작의 서사와 세계관은 확장하고, 전작의 빌런을 아군으로 돌리는 대신 그를 능가하는 카리스마의 새 빌런을 세우고, 기계의 인간성부터 핵전쟁의 공포까지 다양한 서브플롯을 눌러 담아 하나의 완전체를 만든 영화죠. 모든 후속작이 그 수준이길 바라는 건 무리지만, 후속작은 언제나 전작과 비교당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출처: IMDb — Hitman's Wife's Bodyguard).
심사 신청 자격, 그러니까 전작에 대한 평가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제가 아주 좋아한 영화까지는 아니어도 킬링타임으로는 손색이 없는 트리플 A급 오락영화였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새뮤얼 L. 잭슨의 만남, 수준급 카체이싱, 터지는 코미디와 걸쭉한 입담. 무엇보다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웃길 땐 웃기고 진지할 땐 진지했으며, 그 진지함 덕분에 웃음이 더 크게 터졌습니다.
이 밸런스의 원리를 이해하는 게 이번 심사의 핵심입니다. 트리플 A급 경호원이라는 타이틀에 목숨 거는 마이클이 무너질 때마다 관객이 웃을 수 있었던 건, 그가 평소엔 킬러 다리우스조차 인정하는 유능한 경호원의 모습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사람이 무너져야 웃긴 겁니다. 다리우스를 재판장에 데려가는 임무에도 그만한 무게가 실려 있었고요. 그 균형 위에서 후속작 소식에 고개를 끄덕이며 심사장에 입장했는데, 결과지에는 아쉬운 탄식이 먼저 적혔습니다.
요약: 전작의 힘은 "웃길 땐 웃기고 진지할 땐 진지한" 밸런스였고, 그 균형이 이번 심사의 채점 기준입니다.
전작과 비교: 잃어버린 단 하나, 진지함
심사 항목별 결과입니다. 이번 편이 전작에서 잃어버린 것은 단 하나, 진지함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유머의 빈도와 농도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안식년을 꿈꾸던 마이클에게 벼락처럼 들이닥친 소니아, 다리우스 구출 작전, 국제 공조 수사까지 도입부의 흐름은 유려하고 전작에서 통했던 유머들이 초반부터 우르르 쏟아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언어의 농도: 대사의 절반가량이 거친 언어로 채워져, 나중엔 웃음보다 피로가 쌓입니다
마이클의 붕괴: 차에 치이고도 멀쩡한 데드풀식 몸개그의 이식 — 정돈된 모범생 캐릭터에게는 맞지 않는 옷
아버지의 등장: 전설의 경호원 아버지(모건 프리먼)와의 만남이 경호원 세계 자체를 가볍게 만든 결정타
다리우스의 축소: 킬러의 위험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폭탄 같은 매력은 아내 소니아가 전부 가져감
하나씩 부연합니다. 전작의 마이클 유머는 유능한 경호원이 무너질 때 성립했는데, 이번 편의 마이클은 한도 끝도 없이 무너지기만 합니다. 전작을 본 관객에게는 그나마 웃음이 유지되지만, 반복이 계속되면 지루함으로 변합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극단까지 몰고 가는 후반 전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마이클의 트라우마 서사는 짧게 처리되고, 관계의 매듭은 과격하게 지어지는데, 이 가족 정리 속도라면 다음 편 제목이 걱정될 지경입니다.
빌런 심사도 남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훌륭했습니다.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였어요. 하지만 — 이건 배우가 아니라 연출의 책임인데 — 전작에서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두코비치가 풍기던 '정말로 무슨 짓이든 저지를 것 같은' 공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악역이 위험해 보이지 않으니 영화의 긴장감도 함께 증발합니다. 웃음의 값은 진지함이 치른다는 것, 이번 심사가 확인한 원리입니다.
요약: 유머는 늘었지만 진지함이 사라지면서 캐릭터도 긴장감도 함께 가벼워졌습니다. 잃어버린 건 하나인데, 그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호불호 이유: 데드풀 팬에게는 A급, 밸런스 팬에게는 잠
이 심사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단서 조항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도록 설계된 영화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데드풀 같은 방식의 코미디 — 쉴 새 없는 입담, 과장된 몸개그, 수위 높은 농담 — 를 즐긴다면, 이 영화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그 취향이라면 지금 바로 보셔도 후회 없을 만큼의 재미는 확실히 줍니다. 반대로 그런 코미디가 취향이 아니라면, 화려한 액션과 터지는 유머 속에서도 쏟아지는 잠과 싸우게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합니다. 소니아는 역대급 캐릭터입니다. 셀마 헤이엑이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 화력으로 내달리는데, 어떤 장면들에서는 언터처블이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문제는 그 최고 화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는 것. 같은 톤의 폭발이 반복되니 영화는 가벼우면서도 지루해지는 모순에 빠지고, 후반부에는 그녀가 사고를 칠 때마다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라 완급 조절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번 편에 바랐던 것은 마이클의 성장이었습니다. 이미 완성형인 다리우스와 달리 마이클에게는 성장의 여지가 있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마이클은 우상도 이기고 전설의 아버지도 넘어섰지만, 이상하게도 성장했다는 인상은 남지 않습니다. 세계가 가벼워지면 성장도 가볍게 증발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영화는 가족애를 택했습니다. 마이클이 킨케이드 가문의 양자가 되는 결말과 정신없는 엔딩은 3편을 예고하는데, 이제 킬러의 장모의 보디가드 같은 제목도 가능해진 셈입니다. 재심 조건을 이 보고서에 남깁니다. 3편에서는 웃음의 반만 덜어내고, 그 자리에 전작의 진지함을 다시 채워올 것.
요약: 데드풀식 코미디 취향이면 지금 바로 봐도 좋은 오락영화, 전작의 밸런스를 사랑했다면 잠과 싸울 각오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작을 안 보고 킬러의 보디가드 2를 봐도 되나요?
A. 이야기 자체는 따라갈 수 있지만 권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편 유머의 상당수가 전작의 캐릭터 관계 위에서 작동하고, 특히 마이클이 무너지는 개그는 전작의 유능한 모습을 알아야 웃음이 성립합니다. 전작이 밸런스도 더 좋으니 순서대로 보시는 게 정답입니다.
Q. 셀마 헤이엑의 소니아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A. 이번 편의 사실상 주인공이자 최대 화력입니다. 제목이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인 이유죠. 폭발적인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다리우스의 폭탄 매력까지 흡수해버린 역대급 캐릭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화력이 유지되다 보니 후반에는 반복의 피로가 온다는 게 단서입니다.
Q. 킬러의 보디가드 2,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요?
A.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액션 코미디입니다. 대사의 절반가량이 거친 언어로 느껴질 만큼 입담의 수위가 높고, 폭력 묘사와 성인 유머도 전작보다 늘었습니다. 데드풀 계열의 수위에 익숙한 분이라면 문제없지만, 가족 관람용은 절대 아닙니다.
Q. 킬러의 보디가드 3편이 나올까요?
A. 이번 편의 엔딩은 명백히 다음을 예고하는 구성입니다. 마이클이 킨케이드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결말이라 시리즈가 가족 코미디 방향으로 확장될 여지를 열어뒀습니다. 공식 확정 소식은 흥행 성적에 달려 있겠지만, 판은 깔려 있는 셈입니다.
결론
심사 결과를 공지합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유머의 물량은 늘리고 진지함은 덜어낸 결과, 웃기는데 지루하다는 모순에 도달한 영화입니다. 트리플 A 재심사는 반려, 최종 등급은 10점 만점에 5점. 다만 데드풀식 코미디가 취향인 분에게는 이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즐거운 두 시간이 될 것이라는 소수 의견을 병기합니다.
재심 조건은 보고서에 이미 적었습니다. 웃음의 반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진지함을 채울 것. 유능한 경호원이 무너져야 웃긴 법이니까요. 3편이 그 조건을 들고 돌아온다면, 심사장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